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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분석 및 시사점
2026.06.01 Views 25 관리자
2026년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분석 및 시사점
1. 샹그릴라 대화의 설립 배경 및 역할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다자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설립된 최고위급 안보 포럼이다. 이 회의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주관하에 2002년부터 매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되어 왔다. 설립 배경의 핵심은 냉전 종식 이후 급격한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영토·영해 분쟁이 혼재된 복합적 안보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내에 국방장관급 상설 대화 채널이 부재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최고위급 협의체를 구축하려는 IISS의 기획과 다자 안보 협력을 자국 영토에서 주도하여 전략적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외교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본 회의가 출발하였다. 공식적인 고위 관료 간 회의(Track 1)의 성격과 학계 및 민간 전문가의 통찰을 결합한 반관반민(Track 1.5) 형태의 유연한 거버넌스를 통해 전략적 신뢰를 증진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다자 안보 체제 내에서 샹그릴라 대화는 단순한 의견 교환의 장을 넘어 세 가지 차원의 전략적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주요 강대국과 역내 국가들이 자국의 안보 정책 기조와 국방 공약을 국제사회에 공식 천명하고 정당성을 획득하는 '전략적 발신지' 역할을 한다. 둘째, 공식 다자주의 무대에서 다루기 힘든 민감한 양자·다자 안보 현안을 비공개 실무 회담을 통해 조율하는 '외교적 해소 창구'로서 기능한다. 셋째, 정례적인 포럼 준비와 예비 회의를 통해 축적된 안보 공동체의 동력을 유지하며 역내 위기 발생 시 급격한 에스컬레이션을 방지하는 예방 외교적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실제로 매년 1월 개최되는 샹그릴라 대화 셔파 회의(Sherpa Meeting)는 역내 고위 국방 관료와 군 장성들이 비공개로 전략적 당면 과제를 조율하고 본회의 의제를 정교화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해 왔다.
2. 2026년 제23회 샹그릴라 대화의 참석 구조와 지정학적 역학
2026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 제23회 샹그릴라 대화에는 전 세계 44개국에서 54명의 장관급 대표단을 포함해 42명 이상의 참모총장급 군 수뇌부와 안보 전문가 등 총 550여 명의 정예 대표단이 집결하였다. 이번 회의는 새로 출범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안보 공약과 국방 예산 압박 기조가 역내 동맹 체제에 미칠 파장을 파악하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탐색전 속에서 전개되었다. 싱가포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이 이스타나 궁에서 주최한 공식 리셉션을 필두로, 싱가포르 국방장관 찬 춘 싱이 주재한 장관급 원탁회의와 다섯 나라 안보 공동체인 5개국방위협정(FPDA) 국방장관 조찬회 등 다각적인 외교 활동이 병행되었다.
이번 대화의 참석 역학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베트남의 최고지도자인 또 람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점이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전략적 중견국으로 급부상한 베트남의 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실리적 균형을 추구하는 '대나무 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신뢰를 반영한다. 반면 중국은 국방장관인 둥쥔 부장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참을 결정하면서, 대신 멍샹칭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를 수석대표로 하는 하향 조정된 등급의 실무·학술 대표단을 파견하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고위급 정면 충돌에 따른 불필요한 긴장 조성을 피하면서도, 실무급 교류를 통해 미국의 안보 정책 방향을 관망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제23회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주요 대표단 구성과 각국의 구체적인 안보 포지션 및 발신 메시지는 아래 과 같이 요약된다.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핵심 참여국 및 대표단 구성과 전략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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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국/기관 |
수석 대표 및 주요 참석자 |
안보 포지션 및 발신 메시지 |
전략적 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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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
또 람 총서기 겸 국가주석 |
• 국제질서·개발모델·전략신뢰의 3대 위기 진단 • 힘의 논리가 아닌 국제법 준수 및 ASEAN 중심성 옹호 |
중견국 외교의 선두주자로서 특정 블록에 편입되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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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
• 인도태평양 장기 주둔 및 핵심 국익 수호 공약 천명 •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증액(GDP 대비 3.5% 수준) 강력 요구 |
트럼프 행정부의 '실용적 이상주의'를 바탕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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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멍샹칭 국방대학 교수 |
•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군국주의로 규탄 • 정상회담 후 미·중 관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미 수위 조절 |
국방부장 불참에 따른 실무형 대표단 파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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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22 |
• 평화헌법 한계 극복을 위한 영토 주권 수호 및 군사력 증강 의지 표명 • 중국의 비대칭적 핵전력 증강을 '적반하장'으로 비판 |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공세적 국가 안보 기조를 천명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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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
안규백 국방부 장관 22 |
• 지정학적 갈등이 상시화된 '균열의 시대' 선언 • 북·러 군사동맹 규탄 및 자주국방·다자연대를 병행하는 3대 전략 발신 |
2년 만의 국방장관 참석을 통한 한미일 안보 연대 재건 |
3. 2026년 샹그릴라 대화의 주요 공식 세션과 지정학적 의제
이번 안보회의는 총 6차례의 본회의(Plenary Session)와 3차례의 특별세션(Special Session)으로 구성되어 해양 안보, 국방 산업, 그리고 다자 파트너십의 진화 방안을 폭넓게 다루었다. 구체적인 공식 세션 구조와 논의 의제는 아래 와 같다.
2026년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세션 구성 및 토론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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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분류 |
공식 의제명 |
주요 발표자 및 토론 내용 |
전략적 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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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
개막식 기조연설 (Keynote Address) |
또 람 베트남 총서기 겸 국가주석 |
글로벌 안보 및 비군사적·신흥 안보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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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션 |
미국의 인도태평양 평화 전략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6 |
강력한 군사력 기반의 억제력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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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션 |
아시아의 해양 안보 무질서 |
역내 주요국 국방 수장 및 참모총장 33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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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세션 |
초지역적 안보 위협 대응 |
안규백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 등 22 |
북·러 군사 밀착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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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세션 |
글로벌 경쟁 속 역내 긴장 관리 |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등 |
강대국 대립 구조 하에서 동북아 정세 리스크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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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세션 |
파편화된 세계 속 안보 파트너십 진화 |
찬 춘 싱 싱가포르 국방장관 등 |
다원화된 소다자 안보 협력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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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세션 1 |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 관리 |
멍샹칭 중국 국방대 교수 등 |
인공지능, 양자정보기술 등 |
세부 의제 분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지정학적 핵심 쟁점은 세 가지 차원으로 심층화된다. 첫째, 비국가 행위자의 위협과 중동 분쟁이 역내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연쇄 파급력이다. 기조연설자 또 람 주석은 2024년 기준 아시아 시장 원유 수입량의 84%가 통과한 인도양의 홉스적 병목 지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를 언급하며, 단 하나의 지정학적 발화점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전체를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현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 역시 글로벌 해양 교통로 수호 세력과의 다차원적이고 능동적인 협력이 있을 때만 보장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국방비 증액 요구와 대서양 동맹 체제의 균열 양상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강력한 군사력 복원(Deterrence rebuilding)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동맹국들이 미국 안보 예산에 무임승차(Freeloading)하는 구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 동맹국들도 국방비를 최소 GDP 대비 3.5% 수준까지 끌어올려 상호 기여를 실증해야만 진정한 동맹이 유지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최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개시한 이란 전쟁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 갈등을 빚어낸 군사적 과부하 상태와 정합한다. 이에 대해 유럽 동맹국 장관들은 동맹 내의 성급한 분열적 요구는 적대 세력에게 오판의 여지를 줄 뿐이라며 단결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응수하였다.20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위를 위한 140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 패키지를 유용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안 정권이 동맹을 가치 연대가 아닌 철저한 거래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음이 다자무대에서 재확인되었다.
셋째, 중·일 간의 안보 행보를 둘러싼 정면 충돌과 전수방위 한계 극복 흐름이다. 중국 대표단 멍샹칭 교수는 일본의 국방 예산 대폭 증액과 공격적 반격 능력 확보 움직임을 두고 '군국주의적 사고의 부활'이라 규탄하며 강력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자국 영토 수호를 위한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며, 중국이야말로 비대칭적 핵전력 확충과 전략폭격기 현대화를 가속화하면서 상대국의 방어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적반하장'에 가깝다며 강경한 설전을 전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 출범 이후 가시화된 일본의 주동적인 방위 전략 전환과 안보적 역할 확대는 동북아시아 내 군비 경쟁의 임계점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4. 대한민국의 다각적 국방 및 방산 외교 성과
안규백 장관의 기조연설과 대한민국의 3대 국방 전략 선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제4세션 연설을 통해 탈냉전의 평화가 막을 내리고 지정학적 충돌이 구조화되는 '균열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3대 핵심 국방 정책 기조를 공식 선언하였다. 안 장관은 전쟁 패러다임이 비가시적 전장과 무인 자율 체계 중심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은 북·러 군사 밀착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화한 북한이 러시아에 다량의 재래식 전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아 군사력을 고도화하는 초지역적 불법 협력 메커니즘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하고 규탄했다. 이에 따른 우리의 3대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압도적인 억제 능력을 굳건히 유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방위를 책임질 독자적인 자주국방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의 병행 발전이다. 둘째, 국제 규범 수호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다자간 안보 연대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국방·방산 역량을 활용해 우방국의 군사적 자생력을 실질적으로 돕는 다차원적 안보 협력 강화이다. 셋째, 완벽한 대비태세와 억제력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 야욕도 분쇄하여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구현하되, 궁극적으로는 남북 대화와 비핵화 유도를 통해 남북 간 지속 가능한 평화 공존 체제를 구축하는 평화 공존 정책의 일관된 추진이다.
양자회담을 통한 실질적 국방·방산 협력 성과
대한민국 국방부는 이번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호주 등 주요 안보 파트너들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방산 수출 확대 및 연합 작전 성과를 도출하였다. 구체적인 국방외교 성과와 정책적 합의 사항은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제23회 샹그릴라 대화 계기 대한민국 국방부 양자회담 주요 합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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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대상국 |
주요 합의 및 안보 의제 |
대한민국의 포지션 및 향후 전략 로드맵 |
정책적 성과 및 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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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 한일 수색·구조훈련(SAREX) 재개 •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논의 |
• 9년 만에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실질적 연합 SAREX 복원 합의 • ACSA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중대 사안이므로 엄격한 조율 및 |
이재명-다카이치 안동 정상회담 이후 군사적 실효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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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속 전환 • 저농축 우라늄 기반 핵추진잠수함 추진 |
• 한국의 전작권 전환 조건 94% 충족(2020년 기준) 설명 • 6월 2~3일 서울 킥오프 실무회의 개시를 통한 |
미 상·하원 대표단의 초당적 지지 확보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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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
•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에 부응하는 • 한국의 비핵화 대북 정책 지지 요청 |
• 고위급 군사 인적 교류 및 연합 훈련 모델 확대 방안 구체화 • 역내 핵심 안보 파트너인 싱가포르의 외교적 지원 확보 |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 계기 격상된 안보 협력의 내실화 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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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 호주 |
• 호주와의 포괄적 방산 파트너십 구축 • 태국 호위함 사업 내 한국 기업 참여 협조 |
• 상호 호혜적 국방 기술 공유를 통한 안보 협력 관계 다변화 • 태국 측에 한국 방산 강점 피력 및 2차 호위함 사업 수주 외교 수행 |
동남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내 '방산 영토' 확장을 위한 |
대한민국의 양자 외교 성과 중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지점은 세 가지로 수렴된다. 첫째, 한일 군사 교류의 실질적 복원과 이에 따른 정교한 속도 조절이다. 안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의 합의로 재개된 수색·구조훈련(SAREX)은 인도적 목적의 훈련으로 군사적 마찰 위험을 해소하는 안정적인 첫 단추다. 동시에 수면 위로 급부상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안동 정상회담 이후 무르익은 경제·에너지 긴밀화 기류가 국방 안보 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실증한다. 다만 안 장관은 ACSA가 과거사 갈등과 얽힌 고도의 정치적 사안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국방부 차원의 성급한 합의보다는 충분한 대국민 설득과 합의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절제력을 발휘하여 외교적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차단하였다.
둘째, 미 의회 대표단을 상대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득하고 초당적 신뢰를 확보한 점이다. 안 장관은 이미 2020년에 전작권 전환 요구 조건의 94%를 충족했음을 지표로 명확히 소명하며 한국 군의 준비태세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잠재웠다. 비록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전작권 전환의 속도조절을 시사했으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동맹국이 적극적으로 더 많은 통제권과 책임을 행사하려는 능동적 행보를 "신선한 바람(breath of fresh air)"이라 칭하며 긍정적 입장을 취한 점은 향후 한미 연합사 개편 협상에서 한국 측의 주동적 입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브런슨 사령관이 청문회 등에서 "한국은 중국의 단검"이라 평가한 대중국 작전 개념 발언에 대해서도, 안 장관은 미 국방 수뇌부와의 수시 교신을 바탕으로 "동맹의 굳건한 신뢰가 확보되어 있어 우려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관리해 나가는 침착함을 보였다.
셋째, 대한민국의 저농축 우라늄 기반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위한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한미 협상 경로를 도출해 낸 점이다. 안 장관은 미 상·하원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대한민국이 보유한 우수한 원자력 기술력과 독자적인 잠수함 건조 역량을 피력하며 미 측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했다. 그 결과 샹그릴라 대화가 종료된 직후인 6월 2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2025년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 언론보도문(Joint Fact Sheet) 이행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실무 킥오프 회의를 전격 성사시켰다. 이는 단순한 방산 협력을 넘어 동맹의 기술적 영토를 최첨단 자산 부문으로 격상하는 전기를 마련한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5. 역내 안보 환경 변화와 전략적 시사점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론'에 부응하는 '안보 기여국'으로의 위상 전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역설한 "No Freeloading(무임승차 종식)"과 "Skin in the game(동맹의 상호적 책임 입증)" 원칙은 가치 기반의 전통적 동맹을 비용-편익의 엄격한 거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미국의 압박을 방어하기 위한 궁색한 논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K-방산의 신속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압도적인 국방 제조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공세적인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미국이 군사 장비 공급망 한계에 직면하여 유도탄 및 함정 건조 공장 신설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첨단 방위 산업 역량을 미국 국방 조달 체계와 조화시켜 '인태 지역 최고의 방산 공급망 허브'라는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즉 동맹 자산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망과 무기 체계를 공여하는 '핵심 기여자'의 위상을 앞세워 방위비 분담금 압박과 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획득 협상에서 실리를 최대화하는 투트랙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한일 안보 공조 가속화에 대응한 국가적 리스크 완충 장치 확보
9년 만에 재개된 SAREX를 마중물로 삼아 한일 군사 교류를 내실화하되, ACSA와 같은 고감도의 안보 조약 체결에서는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적 침착성이 요구된다. 특히 2026년 샹그릴라 대화에서 가시화된 중·일 간의 노골적인 군사적 대치와 설전은 동북아시아가 잠재적 화약고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미일 3자 안보 연대의 필요성에는 부응하되, 사법적·지정학적으로 완전한 검증을 마치지 않은 군사 물자 공유 체계의 성급한 도입은 유사시 중국과의 원치 않는 군사적 마찰에 연루될 리스크를 지닌다. 따라서 ACSA 체결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하며 철저히 투명하게 전개하는 동시에, 일본의 전수방위 한계 극복에 따른 독자적 군사 행보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영악한 다변화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
IISS APRSA 2026에 명시된 신흥 첨단 안보 기술의 가치 공조와 다자 협력 강화
IISS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APRSA) 보고서는 향후 양자 정보 기술(Quantum Technology)을 비롯한 신흥 첨단 무기가 동북아 안보 균열을 주도할 것이라 분석했다. 대한민국은 독자적인 방위 산업 기술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의 첨단 기술 삼각 연대 구축에 동참하여 양자 안보 가치 사슬 내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항하여 아태 소다자 협력 메커니즘을 촘촘히 엮어내고, 우방국의 군사 기동 능력 확보를 위한 방산 수출(태국 호위함 사업 수주 등)을 한층 더 공격적으로 수행하여 우리 군의 전략적 입지를 전 지구적 차원으로 꾸준히 넓혀 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