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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IISS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평가(APRSA) 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

2026.06.01 Views 21 관리자

IISS가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IISS APRSA) 보고서 분석 및 시사점



1. 아태 지역 안보 질서의 구조적 대전환과 복합적 불안정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지각변동이 가속화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지탱하던 전략적 전제들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APRSA)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역내 안보 정책의 영속성과 변화를 심층적으로 추적하며 현재의 안보 지형을 "더 이상 완전한 평화 상태로 규정할 수 없는 전략적 격변기"로 정의하고 있다. 역내 안보 위협은 양적 증가를 넘어 질적 임계점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더 이상 기존의 안보적 관성에 의존하거나 즉각적인 대응을 회피할 수 없는 국면에 직면했다.

과거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국지적 영토 분쟁이나 역사적 대립 구도 속에서도 일정한 전략적 절제력을 유지했다면, 최근의 정세는 이러한 억제 메커니즘이 빠르게 해체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역내 국가들은 정규전(Conventional War)의 발발 가능성을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실존하는 현실적 선택지로 상정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대응해 공세적인 군사적 태세와 정밀 타격 능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만 해협, 남중국해, 한반도 등 기존의 안보 화약고들은 군사력의 물리적 집중과 함께 오판으로 인한 충돌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최근의 안보 지형은 단순한 대결 구도를 넘어 글로벌 경제 공급망 분절, 방위 산업의 수직 계열화, 국내 정치적 리더십의 변화, 사이버 및 우주 영토의 안보화 등 이른바 '비지정학적 혹은 비안보적 필터링 요인(Non-security Filtering Factors)'들이 국가의 생존 전략을 재정의하는 복합적 위협의 양상을 띠고 있다.

 

2. APRSA 보고서의 정의와 다자 안보에서의 역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평가(APRSA, Asia-Pacific Regional Security Assessment)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매년 발간하는 연례 전략 보고서(Strategic Dossier)이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동적인 안보 지형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샹그릴라 대화의 공식 배경 자료: 아태 지역 최대 규모의 다자 안보 정상회의인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의 개최 시기에 맞춰 매년 발간되며,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국방장관과 군 고위 관계자, 안보 전문가들이 논의할 핵심 의제들의 정책적 맥락과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복합적·다차원적 분석 체계: 단순한 군사력 지표 비교를 넘어 지정학적 갈등, 지경학적 공급망, 신흥 기술(양자 정보 과학, 사이버 등), 각국의 군사 교리와 국내 정치적 역학 관계가 역내 안보에 미치는 심층 동인과 미래 궤적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고유한 틀을 제공한다.

최근 연도별 핵심 의제 추적: 강대국 간의 경쟁 압박과 동맹의 가치를 조명한 2024년 보고서부터 비안보적 필터링 요인을 다룬 2025년 보고서, 그리고 미·중·인의 군사 교리 충돌 및 한·미·일 양자 안보 지배구조 협력을 조명한 2026년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역내 급변하는 위협의 우선순위를 기민하게 포착하여 제시하고 있다.



3. APRSA 연도별 핵심 의제 및 지정학적 프레임 변천사 (2024~2026)

IISS가 아시아 최대의 안보 학술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 맞추어 매년 발간하는 APRSA 보고서는 역내 가장 시급한 안보 현안을 반영하기 위해 분석의 분석적 렌즈를 진화시켜 왔다. 2024년 제11판부터 2026년 제13판에 이르는 3개년 보고서의 의제 변화는 아태 지역의 안보 위협이 다자간 외교적 조율의 단계에서 기술과 지리, 물리적 군사 교리가 직접 충돌하는 실전적 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구분

APRSA 2024 (제11판)

APRSA 2025 (제12판)

APRSA 2026 (제13판)

핵심전략 
주제 (Theme)

강대국 경쟁의 압박, 동맹·파트너십의 가치, 
신흥 기술의 영향력

비안보적 동인(산업 글로벌화, 시장 강제력, 
국내 정치 리더십)의 정책 제약

군사적 교리(Doctrine), 전략적 지리(Geography),
 신흥 기술(Technology)의 결합

스페셜 토픽
 (제1장)

정형화된 질서: 아태 지역 연합 군사훈련의 성격 및 
전략적 영향 평가

협력적 자주성: 아태 지역 역내외 국가 간 
방산-산업 파트너십 구축

전쟁의 렌즈: 미·중·인(印)의 군사 교리와 아태 미래 전쟁의 향방

작전 도메인 및 
위협 분석

미·중 위기 관리, 디스정보 캠페인, 
아태 지역 공대공 작전 및 항공 전력 경쟁

심해/수중전(Subsea Warfare) 동향, 
군사 사이버 성숙도 및 사이버 리스크 평가

아태 지역 지상군 현대화 격차, 
새로운 핵 군비 경쟁 및 전략적 불안정성 심화

지역 안보 
동학 및 외교

인도 해양 파트너십, 포스트 쿠데타 미얀마 
분쟁 해결을 위한 다자 외교 분석

도쿄의 삼중 시험(일·러·중·북 삼각 밀착), 
동남아시아의 초보적 무인기 역량

인도양 해양 초크포인트 분쟁, 
태국의 아세안 합의 기반 미얀마 갈등 관리

2024년 보고서는 연합 군사훈련의 급증과 미·중 간 소통 채널 부재 속에서의 위기 관리 실패 가능성을 경고하며 다자적 억제 구조와 규범적 접근을 중시했다. 반면 2025년 보고서는 공급망 혼란, 시장의 강제력, 그리고 정권 교체기 리더십의 성향과 같은 '필터링 요인'들이 어떻게 방산 협력을 제약하고 국가별로 파편화된 안보 정책을 낳는지를 분석하는 지경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나아가 가장 최신의 2026년 보고서는 군사 교리라는 물리적 설계도와 해상 초크포인트라는 지리적 요충지, 그리고 핵 및 양자 정보 과학이라는 파괴적 기술이 직접적으로 융합되면서 발생하는 실전적 충돌 위험을 다루며 강력한 현실주의적 경고를 발신하고 있다.

 

4. 주요 군사 교리 대립과 지상군 현대화 양상

아태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실질적으로 가늠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수립한 군사교리(Military Doctrine)의 내적 정교성과 무기 체계의 융합 수준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군사 교리는 단순히 군대가 전쟁을 준비하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위협 인식을 자극하여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키거나 완화시키는 결정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가 및 군대

핵심 군사 교리 및 전략 지향점

주요 작전 개념 및 전술 특징

현대화 경로 및 현실적 제약 조건

미국
 (US Armed Forces)

중국의 기정사실화(Fait Accompli)식 대만 
강점 거부 및 전략적 복원력 유지

다중 영역 합동 작전, 대공/대수상전 전력 전방 배치, 
적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무력화

역내 물류 허브 및 장거리 타격 자산의 영토적 배치 한계, 
동맹국의 방산 제조 역량 의존 심화

중국 
(People's Liberation Army)

'체계 파괴전(Systems-destruction Warfare)'을 통한
 다차원 반개입(Counter-intervention) 달성

미국의 지휘통제·정찰(C4ISR) 네트워크 마비, 
대만 인근 정기 전투 준비 패트롤 가동

첨단 지능형 전력(AI, UAV)의 비약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전면전 실전 운영 경험의 부족 극복 중

인도
 (Indian Armed Forces)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대규모 정규 정면전 동시 수행 태세 구축

억제력 신뢰 확보를 위한 국지적 정밀 타격(Surgical Strikes)의 전술적 도구화

국경 지대에 군사력의 압도적 다수가 고착되어 
인도양 영역을 넘어서는 아태 안보 기여 여력 상실

일본 
(Ground Self-Defense Force)

가혹해진 인근 위협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수동적 '전수방위' 개념의 실질적 탈피

육상자위대의 해양 및 공중 작전 통합, 
섬(Island) 방위 전력 및 원거리 타격력 강화

평화헌법적 법적 제약 조건 하에서의 방위비 증액 한계 및 
군사력 투사 정당성에 대한 국내 정치적 조율 지속

인도네시아 
(TNI-AD)

전통적 영토 방위 개념 유지 
및 비군사적 민군 협력 임무 강화

국지적 저지력 유지 및 사회경제적 국가 건설 임무 분담

첨단 전투기(라팔 등) 구입을 통한 상징적 공군력 강화를 꾀하나, 지상군 현대화의 파편성 지속


미국과 중국의 교리는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정면충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단기간에 대만을 기습 점령하여 대만 문제를 기정사실화하지 못하도록 거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미군은 복합 영역에서의 기동성과 동맹국 영토의 분산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격하는 중국은 '체계 파괴전'을 교리적 기반으로 삼아, 미군의 데이터 체인과 우주·사이버 정찰 자산을 조기에 타격함으로써 미국의 역내 투사 역량을 고립시키려는 반개입 전략을 추구한다.

이러한 대국 간 대립 구조의 이면에서 인도는 독특한 이중적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 및 중국과의 영토 분쟁으로 인해 자국 지상군을 대규모 전통적 전면전 수행 체계로 개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국경 수비 태세는 인도의 군사 자원을 접경 지역에 강박적으로 고착시켰다. 그 결과 인도는 쿼드(Quad)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양을 넘어선 광범위한 아태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적 대치 전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전략적 비대칭성을 드러낸다. 한편, 일본은 3방향 위협(중·러·북 삼각 협력)의 도전에 맞서 육상자위대를 단순한 국토 방위군이 아닌 해양 영역 통제 능력을 갖춘 원거리 타격 부대로 탈바꿈하는 전례 없는 현대화를 단행하고 있다.

 

5. 핵 군비 경쟁의 진앙화와 억제 안정성의 붕괴

IISS의 연례 안보 평가 중 가장 시급하고 우려스러운 대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 세계 핵 군비 경쟁의 핵심 진앙지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수십 년간 글로벌 전략적 안정성을 떠받쳐 온 양자 및 다자간 군비 통제 조약들이 쇠퇴하면서 역내 핵 강대국들은 양적·질적 확장에 제한 없이 돌진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의 비약적인 전략 전력 증강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만 해도 200여 기 수준의 핵탄두를 유지하는 최소 억제 전략을 고수했으나, 불과 5년 만인 2025년 기준 600여 기가 넘는 탄두를 확보했으며 2030년에는 1,000기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중국 북부 사막 지대에서 확인된 350여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건설과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 퍼레이드에서 위용을 드러낸 공중 발사 핵 탑재 미사일 및 극초음속 활공체(HGV)는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동등성 확보를 넘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결과이다.

이러한 위협 인식은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남은 군비 규제 수단이었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 러시아의 참여 중단 선언 및 미국의 동결 방치 속에서 2026년 2월부로 공식 해체되면서 억제력을 상실했다. 핵 통제의 규범적 틀이 완전히 붕괴되자, 역내 중견 강대국들의 전술적 행보 또한 대담해졌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접경 지대에서 상호 약 170여 기의 핵탄두를 배치한 상태에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2025년 5월 발생한 카슈미르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인도는 파키스탄의 일상화된 핵 위협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정밀 타격 공세를 유지했다. 이는 전략적 억제 안정성이 과거보다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의미하며, 향후 예기치 못한 도발이 양국 간 핵 전쟁의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더욱이 미국이 확장 억제(핵우산)를 제공하는 연맹국 관계마저 거대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2025년 6월 이란의 핵 위협에 대항한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Operation Midnight Hammer)'은 제한적인 타격을 가하며 비확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과시한 반면,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실질적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시장과 역내 국가들에게 전달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 억제의 신뢰도가 훼손되자,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언급했던 '나토식 핵 공유 체제' 논의가 공론화되었으며, 이시바 시게루 등 유력 정치인들이 핵 공유 혹은 독자적인 잠재력 확보 방안을 주창하는 등 역내 잠재적 핵 도미노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6. 첨단 신흥 기술의 안보화: 한·미·일 양자(Quantum) 안보 지배구조 협력

전통적인 물리적 무기 체계의 대결 이면에서 미래 전장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는 영역이 바로 양자 기술(Quantum Technologies)이다. APRSA 2026 보고서는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안보 동맹이 단순한 외교적 친밀함을 넘어 고도로 설계된 기술적 상호운용성(Technical Interoperability)을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 지표로 양자 안보 지배구조(Quantum-Security Governance)를 주목한다.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 그리고 양자 통신·암호 기술은 미래 전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꿀 핵심 요인이다. GPS 신호가 철저히 기만당하거나 마비되는 극한의 전자전 환경 속에서도 오차 없이 작동하는 양자 항법 장치, 수중 스텔스 잠수함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양자 센서, 그리고 적의 컴퓨터 해독 능력을 원천적으로 방어하는 암호화 기술은 3국의 실시간 작전 동기화를 가능하게 할 필수 자산이다. 그러나 3국이 설정한 양자 기술 아키텍처의 설계 경로는 서로 다른 구조적 특성을 지니며 상호 비호환의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참여국

주력 개발 양자 기술 도메인

국방 안보 분야 핵심 기여 모델

상수 표준화 및 규격 통합의 장애물

대한
민국

포스트 양자 암호(PQC) 알고리즘 및 
초전도 하이브리드 컴퓨팅

지상·공중 군사 통신망의 무결성 확보 및 
실시간 사이버 방어 전력 고도화

독자 규격 기반의 국방 네트워크 인프라 보호 위주 정책으로
 인한 역외 연동 제약

미국

연방 표준 기반 대규모 초전도 큐비트 연산 및 
국가급 암호 체계 마이그레이션

전역 통합 전장 관리 시스템 구동 및 
비가시 영역 장거리 타격 계산 최적화

기술 패권 보호를 위한 고강도 수출 통제 및 
연방 중심의 폐쇄적 표준 장벽

일본

광양자(Photonic) 통신 네트워크 아키텍처 및 
고정밀 양자 계측학

동해 및 서태평양 일대의 잠수함 작전을 타격하는 
해양영역인식(MDA) 센싱망

고유의 광학 인프라 구축 경로로 인한 
한·미 통신 규격과의 아날로그식 호환 장벽

이러한 기술적 경로 차이는 상호 조율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기술적 파편화'를 낳는다. 한·미·일이 실시간으로 조기 경보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는 급박한 안보 위기 국면에서 서로 호환되지 않는 양자 보안망이나 비대칭적 암호화 알고리즘을 고집할 경우, 군사 정보 교류에 차질이 생기고 연합 작전 능력이 마비될 수 있다. 중국이 국가 주도의 완전 통합 양자 센싱 및 암호화 네트워크를 한반도 주변에 구축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일 3국의 선제적인 표준화 조율은 기술 패권을 넘어서 동맹의 존속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이다. 유럽연합(EU)의 유럽 양자법(European Quantum Act) 제정 등 국제 표준 규격 선점 경쟁이 임박한 현 상황에서 3국의 선제적 기술 수렴은 아시아·태평양 전반의 차세대 첨단 안보 생태계를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이다.

 

7. 지경학적 위협 요인과 비전통적 안보 쟁점

현대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환경을 오직 물리적인 함정과 미사일의 숫자로만 평가하는 것은 극히 단편적인 접근이다. IISS가 강조하는 핵심 시사점은 비안보적 도메인의 변화가 역내 국가들의 실질적인 군사적 대처 능력을 강제하고 안보 노선을 결정짓는 강력한 제약 변수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협력적 자주성(Concerted Autonomy)의 현실적 딜레마

2025년 APRSA 스페셜 주제인 '협력적 자주성'은 중소 국가들의 방산 고도화 욕구와 지경학적 공급망 한계 간의 충돌을 명확하게 짚어낸다. 역내 수많은 국가는 강대국에 종속되지 않는 온전한 자주국방(Autonomy)을 실현하고자 국내 방위 산업을 야심 차게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밀 군용 반도체, 특수 복합재료, 유도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서브시스템의 설계 자산 and 원자재 가치사슬은 극소수의 공급국가나 지정학적 장벽 뒤에 폐쇄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제조 인프라 공급이 지연되면서 아태 지역의 국가들은 독자 무기 국산화라는 명분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강력한 기술 선진국들과의 컨소시엄, 공동 훈련, 방산 합작 비즈니스 모델(Concerted)을 영위해야만 하는 비대칭적 의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에너지 병목으로서의 해양 초크포인트 위기

역내 안보의 또 다른 취약성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심장을 연결하는 지리적 통로의 단절 가능성이다. 2024년 기준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주요 경제국으로 유입되는 원유의 무려 84%가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양의 주요 초크포인트를 관통했다. 중동 지역에서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 양상은 물리적 국경선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동북아 국가들의 전력망과 방산 가동력을 일시에 중단시킬 수 있는 가공할 지경학적 무기로 돌변하고 있다. 이러한 통상로의 안보 위협은 인도양 해역의 소규모 도서 국가들의 외교 노선 변경과 중국의 전초기지 기지화 전략이 맞물리며 일상적인 저지 경쟁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장과 내부 통제 수단의 무기화

이 밖에도 아태 지역은 보이지 않는 영토인 사이버 공간과 가상 세계에서의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장의 확장을 목격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의 문턱 아래에서 동맹국의 연대 강도를 낮추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려는 목적의 중국발 조직적인 디스정보 캠페인(Disinformation Campaigns)은 역내 민주 국가들의 안보적 일관성을 교란하는 심각한 도전이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포착되는 심각한 '무인기 전력 개발의 정체(Arrested Development)' 현상은 기술 역량과 작전 역량의 괴리를 노출하며 역내 안보 격차를 한층 넓히고 있으며, 포스트 쿠데타 미얀마 분쟁 관리 과정에서 확인되는 아세안 다자 외교의 무력화는 집단 안보 조율 체계의 균열을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다.



8. 전략적 시사점

IISS APRSA의 다차원적 분석 결과를 종합할 때, 한국 국가 안보 당국은 급격한 역내 군사 교리 충돌과 핵 및 첨단 신흥 기술의 안보화 추세에 부합하도록 국가 생존 전술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한·미·일 기술 동맹 기반의 국방 양자(Quantum) 규격 협의체 주도

한국은 자국이 보유한 독보적인 포스트 양자 암호(PQC) 통신 체계와 하이브리드 초전도 기술 역량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여 한·미·일 '국방 양자 기술 표준화 실무 그룹'의 출범을 조속히 견인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독점적 양자 통제 체제와 일본의 고정밀 광양자 계측망 사이에서 한국 고유의 암호화 플랫폼이 배제당하는 기술 고립을 원천 방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사시 서태평양에서 세 국가의 해양영역인식(MDA) 전술 정찰 데이터가 막힘없이 호환될 수 있는 물리적 상호운용성을 조기에 실현하고 미래 하이브리드 및 전장 통신 지휘권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

둘째,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의 '협력적 자주성' 틈새 공략 및 K-방산 생태계 구축

자력 국방력 확보를 염원하나 핵심 서브시스템 원천 설계 능력 부족으로 고심하는 동남아시아 및 서태평양의 중견국들을 타겟으로 한 정교한 공동 개발 및 합작 사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완제품 무기 판매'라는 일회성 수출 방식을 넘어 현지 조립 생산, 국방 기술이전, 그리고 사후 물류 유지를 통합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는 장기 방산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동남아시아의 방산적 독자성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한국 방산의 부품 생태계로 역내 국가들을 영입함으로써 북·중·러의 공세적 세력 확장에 대응할 비공식 동맹 연대의 확대를 달성할 수 "있다.

셋째, 북·중·러 밀착 및 전략적 핵 위협 확장에 대응하는 다층적 억제전략 재설계

북·중·러의 군사적 동맹 부활과 중국의 파괴적인 핵탄두 증강, 그리고 New START 폐기로 대변되는 규제 없는 핵 경쟁 시대는 한반도 확장 억제 신뢰성에 근본적 의구심을 더한다. 한국은 자체적인 전략 타격 체계(3축 체계)를 단순한 정밀 유도 무기의 축적이 아닌, 인공지능 기반의 고성능 다차원 합동 저지 개념으로 급진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 전력 투사 자산 재배치 약속을 제도화하는 것은 물론, 일본 내에서 본격화되는 핵공유 논의 흐름을 다차원적으로 검토하여 동북아 전략 안보 지형에서 한국 주도의 독자적 전략적 자산 투사 카드나 한·미·일 공동 잠재력 연동 체제를 고안하는 전략적 대안을 정비해야 한다.

넷째, 에너지 수송선과 남방 초크포인트 방어를 위한 원거리 해양 정찰 및 감시 능력 확장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양 해양 통로의 위험 고조는 단순한 수송 원가 상승을 넘어 우리 산업 전반의 가동률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인도가 국경 분쟁의 늪에 고착되어 인도양 영역 밖의 안보 기여를 회피하는 한계를 직시하고, 한국은 자국 상선의 주 무역로인 남중국해 및 말라카 해협 일대의 실시간 감시 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방 거점 도서국들과의 다자 해양 정보 연합체를 구축하는 한편, 무인 해상 감시 자산의 고도화를 조기에 단행하여 에너지와 수출 입국인 대한민국의 생명선을 원격 수호할 물리적 강제력을 완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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