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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안보논단] 굳건한 동맹을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2017.12.15 Views 1542 관리자

굳건한 동맹을 확인한 한.미 정상회담

김준범(전 국방홍보원장)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20172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때 아닌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 첨단 폭격기(B-1B)의 출현이 잦았고, 미 해군 항공모함들도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속속 이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올 들어 10여 차례나 계속해 오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난 10월 중국의 19차 당 대회 무렵에서야 멈췄다. 북한의 최고 통치자로 등장한지 불과 5년 정도인 김정은은 세계 최강의 미국 대통령과 험한 말싸움을 벌여가면서까지 핵 도발 의지를 꺾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제2기를 예고하는 중국의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이미 도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3국 순방 일정이 확정된 상태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방한과 정상회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인해 전쟁 일보 직전 상황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를 다짐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미 양국은 117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재인트럼프 두 정상의 공식 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이고, 그동안 전화로는 다섯 번이나 상호 축하인사나 긴급 안보현안 등을 통화한 적이 있었다.

12일의 짧은 일정으로 25년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 “과소평가하지 말라”, “경거망동 하지 말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한국기자의 질문에 한국을 건너뛰는 일(skipping)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양국 정상은 또 한국군의 오랜 숙원사업인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조치를 이날부로 단행했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은 2012년 미사일 지침에 따라 각각 800km500kg로 제한돼 왔다. 양국 정상은 이날부토 한국의 탄두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년 개정 미사일 지침을 채택했다.

지난 9월 뉴욕에서 논의했던 핵추진 잠수함과 정찰자산 도입방식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가 직접 구입할 수도 있고,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술적 측면부터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 즉 막말과 즉흥연설 등이 우리를 불편하게 했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 협정(FTA)은 잘못 됐으니 조속히 바꿔야 한다거나,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한국이 더 내야 한다는 등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짧은 방한 기간 중, 특히 그가 국회에서 보여준 연설은 기존의 선입견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35분 연설에 열아홉 번의 박수를 받은 그는 한반도의 남과 북을 극명하게 비교하면서 연설의 절반 이상을 북한체제와 김정은 규탄에 집중했다. 연설이 끝나자 295명의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는 달리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나 핵미사일 같은 얘기보다는 10여 가지나 되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구체적으로 예시하며 비판했다. 전혀 의외의 연설이었다. 그의 8일 국회연설은 심지어 세기의 명연설로까지 평가될 정도였다.

“6.25 전쟁 이후 한국은 기적을 이뤘지만 그 기적은 여기서 24마일 북쪽까지만 미쳤고, 휴전선을 넘으면 북한이라는 감옥 같은 나라의 시작이라며 북한을 감옥에 비유했다. 국가의 힘은 폭군의 가짜 영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정은을 폭군’ ‘독재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회 연설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한 때 검토했던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리석게도 미국의 의지를 시험했다가 역사에서 사라진 정권이 한 둘이 아니다. 미국의 힘과 의지를 시험하는 자는 우리 과거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고, 그러면 더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악당체제(rogue regime)의 위협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책임 있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의 국회연설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북한체제는 핵무기를 추구했고 잘못된 희망을 갖고 협박으로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그 목표는 한국을 그 밑에 두는 것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고, 동맹국이 협박공격 받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고 대북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10일부터 나흘 동안 한반도 해역에서는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 3(레이건함루스벨트함니미츠함)이 참가하는 한3국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이는 6.25이후 처음 있는 해상 무력시위다. 보통 항모 한 척에는 전투기 80여 대, 구축함 4, 핵추진 잠수함 2척 정도가 늘 따라 다닌다. 이들 전력이 발사할 수 있는 순항 미사일도 100발 이상이라고 한다.

통상 한반도에서 전면전일 때는 항모 5,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할 때는 4척이면 작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에 대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국회연설에서 이들이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근처까지 갔다가 심한 안개로 판문점을 가보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아쉬워했다. 트럼프는 국회연설을 끝낸 다음 (판문점을) “잠깐 다녀올 수 없을까참모들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중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촉박해서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단념했다고 한다. DMZ 방문은 문 대통령이 전날 전격 제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이것이 성사됐더라면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최초의 한미 정상에 이어 판문점에서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분명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3국에서 이를 위한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만약 그것이 성사된다면 20년 이상 지속돼 온 북한 핵 문제의 큰 줄기가 가닥을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보도에 따르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부터 내년 봄까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시한을 제시했다.(중앙일보 2017.11.9, 차세현의 노트북을 열며’) 그가 제시한 골든타임의 두 조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는 북핵 해결 의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북핵 해결의지와 관련,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북핵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올린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며, 어떤 현직 대통령도 자신의 최우선 과제를 처리하지 않고 재선에 나선 적이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최대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는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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