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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11월호 안보논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 재무장

2017.11.09 Views 1687 관리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 재무장

김충석 

문제의 제기: 북한의 도발과 일본 정치의 수구화
북한은 지난 829일 오전 557분 평양시 순안비행장에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 12형을 발사하였다. 이미 사전에 탄도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여 예의주시하고 있던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오전 62분에 전국순간경보시스템인 제이(J) 얼라트를 발령함과 동시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피문자를 발송했다. 화성 12형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이 오전 67분의 일이었으니, 제이 얼라트를 발령한 것은 이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에 도달하기 불과 5분 전의 일이었다. 상황이 종료된 직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문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오전 612분에 태평양에 낙하했다면서 이는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에 매우 위험한 행위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였다.

지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한 일본 아베 정권의 강경한 대응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효과를 낳았다. 첫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일본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공포감과 위기의식을 가지게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본 국민들이 가지게 된 공포감과 위기의식이, 시종일관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군사력 강화를 주장해온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 제고를 낳았다는 점이다.

1947년에 시행된 일본 헌법 제9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각각 일본국민은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하며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을 영구히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로 일본의 수구 세력은 끊임없이 헌법 제9조를 수정하거나 무력화하려고 시도해왔다.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추구해온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금과 같이 지속된다면, 이것이 일본 정치의 수구화를 촉진하게 되고 더 나아가 평화헌법의 폐기와 일본의 재무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보는 시각: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
소련의 해체 이후 세계는 크게 보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 개편되었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순응하면서 개혁과 개방의 길에 매진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현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이제 국제 사회를 상대로 자국의 경제적 성장에 상응하는 정치적군사적 지위까지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구상 유일 패권국가 미국의 입장에서 보아 미국의 경제적 하위 파트너 역할에 안존(安存)하지 않고 정치적군사적 패권까지도 추구하겠다는 중국의 이러한 요구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엄청난 국방비를 지출하면서 군사적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온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확고하게 억누르기 위하여 이른바 대 중국 보름달형 포위전략을 벌써부터 실행해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기본철학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다.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강화, 인도와의 그리고 호주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그리고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군사네트워크 형성이 대중국 포위전략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이에 더해 몽골과의 군사협력 확대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이라는 큰 얼개에 포섭되지 않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주변국은 사실상 북한뿐이다. 이것이 현재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객관적 현실이다.

미국의 대 북한정책이 미국의 대 중국정책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한다면,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대 중국 포위전략을 완성하는 것이 미국의 대 북한정책의 숨어 있는 핵심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RFA(자유아시아방송)가 지난 523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성-12호의 성공으로 중국은 우리(북한)의 미사일 그물망에 완전히 갇혀버렸기에 중국의 대북제재를 하나도 두려워할 것 없다는 것이 현재 북한의 조선노동당 간부들이 공유하는 현실 인식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지구상 유일 패권국가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의 완성을 추동하고 있는 셈이고,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의 끝은 북미 간 대화와 더 나아가서 북미수교일 터이며, 이는 대중국 포위전략의 완성을 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볼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일본의 정치 변화
 201212월에 실시된 일본의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신임 총재 아베 신조를 중심으로 지금 일본의 영토와 영해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 정권을 되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워 선거에서 압승하였다. 선거 승리의 결과 등장한 제2차 아베 정권은 지금까지 선거과정에서 내걸었던 우파적 공약들을 실행에 옮겨왔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인 납치 사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그리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문제 등 이른바 북한 문제에 대해서 시종일관 강경노선을 견지해왔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래로 일본은 미국이 대 아시아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서 베이스 캠프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195198일 체결된 미합중국과 일본의 안전보장조약에서 미일동맹의 역할을 일본과 극동지역의 안정에 한정하였던 미국과 일본은 그 후 1990년대에 들어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동맹의 역할에 포함하게 되는 등 동맹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강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 긴밀한 협력과 연계관계가 구축되어온 것은 물론이다.

이제 2010년대에 이르러 미국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표방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렛대 삼아 대 중국 포위전략의 완성을 추동하고 있다. 일본 정치의 향방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두 개의 가능성 또는 전망을 제시한다. 그 하나는 북한의 도발이 안보에 대한 국민 일반의 위기의식을 부추김으로써 일본 정치의 수구화를 급진전시켜 평화헌법 폐기와 재무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미국과 북한이 극적으로 대화의 테이블에 앉게 되고 이것이 미-북 수교로까지 연결됨으로써 핵미사일 도발로 초래된 현재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자연스레 해소되고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의 실행이 완료될 가능성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의 폐기와 재무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대의명분을 북한 위협론에서 찾고 있다. 북한 위협론의 제기 안보 위기의 분위기 조장 평화헌법 폐기와 재무장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이라는 수순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긴박한 듯 보이는 위기국면에서도 언뜻언뜻 보이는 징후들은 위기의 극적 타결 가능성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본 방향이라는 점, 미국에 대한 그 모든 호전적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닫아걸고 있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중국은 우리(북한)의 미사일 그물망에 완전히 갇혀버렸다는 북한 지도부의 현실 인식이 이러한 징후들이다.

실리를 좇아서 악마와도 손잡는 것이 국제정치의 본질적 속성이다. 일찍이 19921월에 북한의 김일성은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지에 실린 회견기에서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면서 북미수교를 촉구하였던 바 있다. 이 회담기에서 그는 가능하면 빨리 平壤에 미국대사관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1022일 일본은 중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자민당은 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공약으로 담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은 여유 있게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고 여기에 연립여당인 공명당까지 가세한다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는 하나, 앞에서 살핀 후자의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는 북한 위협론도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일본의 헌법 개정과 재무장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맺음말: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과 일본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래 일본은 미일군사동맹의 틀 안에서 그 하위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여왔다. 전후 일본의 경제 부흥은 이 역할을 다해온 데 대한 대가로서 주어진 것이라 하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21세기 들어서 미국의 대 중국 포위전략이 실행에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삼아 평화헌법의 폐기와 재무장을 획책하여오고 있다. 전쟁 전 일본 제국주의의 전횡과 폐해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즉 평화헌법의 폐기와 재무장 움직임은 예사로이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이며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군사적 위기 상황 아래서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이 강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것이 일본의 재무장을 정당화하는 대의명분으로 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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