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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자유지 안보논단] 한중일동북아 안보협력의 미래,국제평화활동에서 찾는다.
2016.10.24 Views 1933 관리자
최 윤 미
(숙명여자대학교 국제평화협력센터 연구교수)
기업의 사활은 현재 얼마나 잘 나가고 있거나 버티고 있느냐가 아니라, 현재를 넘어 미래의 요구를 얼마나 앞서서 정확하게 예측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나날이 복잡해져가는 오늘날의 국제관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록 대내외적으로 산재해 있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미래의 안보 환경을 예견하고 대응 전략을 구상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은 다변하는 국제 안보환경 속에서 트렌드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다가올 미래 안보환경에 적극적으로 준비·대응해나가는가에 달렸다.
그렇다면 21세기 국제관계 및 안보질서의 트렌드를 장식할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분야에 따라 주요 사안이 다양할 수 있지만, 향후 국가들 간의 관계는 단연 ‘세계화(Globalization)’ 및 ‘지역화(Regionalization)’로 점철될 것이다. 국제범죄, 테러조직, 기후·환경 변화, 사이버 위협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이 국경을 넘어 초국가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국가안보와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들 간의 상호의존과 신뢰를 바탕으로한 안보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안보 분야는 국가들 간의 첨예한 입장 대립이나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여전히 안보 딜레마의 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의 물결은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다자안보협력체들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평화 및 번영을 위해 회원국들 간에 지속적으로 신뢰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견인해나가고 있다. 1945년 창설 이래 ‘분쟁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안보가 취약한 세계 곳곳에서 평화유지활동(PKO: Peacekeeping Operations)을 통한 국제분쟁의 해결사로 활동하던 유엔은, 오늘날 점차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되어가는 분쟁 및 안보 위협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안보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안보협력체의 역할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2016년 현재 국제분쟁해결 및 평화유지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잠재적 협력기구로 구분되는 지역안보협력기구는 전 세계 약 16개로, 이들 대부분은 역내 안보 및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할 뿐만 아니라 유엔의 파트너십 요청이 있을 경우 역외 지역에 군사지원 및 인도주의 차원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미주기구(OAS), 아랍국가연맹(LSA), 독립국가연합(CIS), 유럽연합(EU),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아프리카연합(AU), 그리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안보협력기구이다. 인종, 민족, 정치, 역사, 종교적 다양성과 특수성이 국가들마다 매우 짙게 배여 있는 아시아는, 해양을 둘러싼 영해분쟁 및 국가들 간의 군비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지정학적으로 안보협력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혔었다. 그러나 2015년 12월 31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도 유럽과 같이 지역 공동체 기틀을 마련하고 지역차원의 포괄적 공동안보협력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세계화 및 지역화의 흐름 속에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안보협력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동북아시아는 지구상에서 지역적 다자안보협력체제 논의가 여전히 미제(未濟)로 남아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동북아지역의 안보협력체 구상은 두 가지 차원에서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첫째, 동북아지역의 핵심 3국인 한국, 중국, 일본 간에 해양을 둘러싼 영토분쟁과 역사적 인식의 대립으로 외교적 갈등의 골이 점차 심화되어가고 있으며,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는 상이한 방위태세 전략추구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동북아지역의 안보조성과 긴장 완화를 위해서 3국간의 안보협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한국, 중국, 일본은 유엔 내에서 정규예산분담률과 평화유지활동 예산분담률 모두에서 높은 분담금을 납부하면서 재정적으로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유지활동의 현장임무 수행에 있어서 대규모 군사력을 제공함으로써 평화유지활동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공여국(TCC: Troop Contributing Country)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군사 인력과 높은 국방과학기술력을 보유한 3국이 평화유지활동에 있어서 유엔의 깃발 아래 3국간 협력과 공동임무를 수행해 나간다면, UN 임무단 내에서 동북아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임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유엔에서 미래 평화활동의 무게중심을 개별 국가의 기여에서 지역기구의 참여와 협력에 두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한중일 3국이 개별국가의 이익추구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제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와 이념 하에 역외 분쟁지역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지역안보협력 차원에서 한중일 안보협력의 여건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실제적으로 이 지역의 다자안보협력체 마련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군사안보활동 통해 한중일의 지역안보협력의 초석 마련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보협력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들의 관심과 정치적 의지, 그리고 협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pay-off)과 국익수호이다. 최근 한중일은 유엔의 요구에 따라 아프리카 남수단(South Sudan) 지역에 각 국의 임무단을 파견하여 유엔 평화활동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 같은 국가에서 같은 기간 동안 3국이 유엔 임무를 수행한 최초의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역외 지역에서 한중일이 협력함으로써 상호이해관계와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이러한 반복적 학습과 경험축적을 통해 역내 안보협력의 논의를 가속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언하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 구성을 위해서는, 안에서 밖으로의 전이효과 보다 밖에서의 협력을 통해 역내의 지역안보협력으로 파급효과를 기대해보는 것이 더욱 실효적일 수 있다.
2015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0차 유엔(UN)총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유엔 평화유지 정상회의(Leader’s Summit on Peacekeeping)’에서 동북아시아 3개국이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기여 확대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8,000명의 중국군을 유엔평화유지 상설 예비병력(standby force)으로 확보해두겠다고 선언하였고, 유엔 평화 발전 기금으로 10억 달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최근 안보법안 통과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넓어져 국제사회에 더 많은 공헌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하면서, 새로운 법제 하에 ‘적극적 평화주의’를 지향하며 자위대의 평화유지활동 기여를 높이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였다. 특히 안보법 개정에 포함된 PKO협력법은 자위대의 무기사용 기준을 대폭 완화해 무장집단의 습격이나 무력충돌이 발생할 시에 경호와 치안유지를 위해 일본 자위대도 적극적으로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국이자 평화구축위원회(PBC) 위원국으로서 유엔의 분쟁 예방과 평화구축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분쟁지역의 재건과 인도적 활동을 위해 공병부대를 추가로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분쟁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연합(AU) 등과 같은 지역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평화유지활동이야 말로 ‘책임국가’를 실천하려는 중국과, ‘보통국가’를 향한 일본의 행보, 그리고 ‘중견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이 공동의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안보협력을 달성할 수 있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이러한 국제안보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선택해야할 미래 전략과 비전은 어떠할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복잡한 안보딜레마 속에 있다. 당장에는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도발 및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하여 군사안보 역량을 한반도에 전력 집중시켜야 하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중견국가’로서 안보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역내 질서유지를 위해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책임도 있다.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대한민국이 직면할 새로운 역할과 임무에 대해서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이라는 잠재적 적군이 사라진 이후, 우리 군의 우수한 인력 자원과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동시에 북한군의 병력해산 및 재통합 문제와 북한의 군사시설들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준비해나가지 않으면, 머지않아 한국은 국제안보환경의 급변하는 파고(波高) 속에서 주도권을 잃고 도태될 수도 있다. 국제평화활동은 미래 통일한국의 주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제무대에서 한중일의 평화활동협력을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역내의 안보협력과 지역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앞장서 나가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