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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자유지 권두언] 국제정세 변화는 군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2016.09.05 Views 1983 관리자

 국제정세 변화는 군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홍 규 덕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전국방부 국방개혁실장)

 

미국의 대선까지 이제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Americanism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을 꼭 집어 예로 들며, 과거와 같은 일방적 시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지난 63년간 단 한 차례도 거부된 적이 없다. 심지어 한·미 관계가 바닥을 쳤던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도 상상할 수 없던 발언들이 연일 방송을 타고 있다. 금기는 깨졌고, 더 이상 성역은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의 확고한 의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큰 걱정이 없을 것이라 예측하지만 이는 매우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이미 전당대회 지명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그 또한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천명했다. 점차 확대되는 국방비 부담과 함께 미국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묵시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동 및 걸프지역은 신임 대통령에게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대결은 비교적 대응방안 모색에 있어서 분명하고 현재의 강경한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동유럽에 대한 군사적 배치를 통해 러시아의 추가적 침공에 대비한 인계철선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현 합참 지휘부의 바램이다. 과연 신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현 정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도전에 대해 묵과하지 않겠다는 애쉬톤 카터 (Ashton Carter) 국방장관의 확고한 의지는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필리핀과 베트남 등 주변국들과의 연합 훈련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자 하는 노력은 보다 강화될 것이다.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 (ARF)에서 중국은 이런 포위망을 뚫기 위해 캄보디아와 미얀마, 주최국 라오스를 포섭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중국은 캄보디아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남중국해에 관한 공동선언문 채택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마이클 마자르(Michael Mazzar)가 주장하는 회색지대 갈등” (grey zone conflict)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제에 있다. 마자르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정규군을 통한 공개적인 개입보다 민명대를 동원, 이들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목표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소위 회색 전략’ (grey strategies)들을 구사할 가능성이 확대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비단 중동지역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주적들은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활용하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나 중국은 이와 유사한 전략들을 적극 개발할 것이다. 이들이 소위 혼합형 접근’ (hybrid approach)을 시도할 경우, 미국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현 미 합참 지휘부의 솔직한 고민이다. 이러한 우려가 한반도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마치 미국이 모든 상황에서 적을 쉽게 궤멸시키고 우리를 돕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단정한다. 전작권 전환 결정을 조건에 의한 전환으로 바꾸어 달라 요청한 배경도 이러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계기로 미국 조야에서 보다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 학계를 대표하는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교수와 하바드 대학의 스테판 월트(Stephan Walt) 교수는 작금의 미국의 대전략이 자유주의적 패권’ (liberal hegemony)이론에 기반해 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미국은 지나치게 과도한 개입을 선택해왔으며 그러다보니 미국의 재원이 낭비되고, 결국 미국의 지나친 개입은 지역 내 반미정서를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모든 지역에서 문제해결의 당사자가 되다보니 동맹국들이 미국에 점차 의존하게 되며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행이 이들이 아시아에서의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체적인 규모가 적절한지, 미래 한반도 유사시 과연 과거 작계수준과 같은 임무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이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 그동안 양국은 피차 알면서도 이견을 피하기 위해 주요 쟁점들을 감춰온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쟁점들이 수면위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은 한국이 과연 자국의 안보역량을 갖추기 위해 경제력에 걸 맞는 충분한 투자를 진행해 왔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국방개혁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목표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 정부가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제3국 개입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 준비나 전략적 묘수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군사력 건설에 있어서도 여전히 미국에 대한 의존은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상당부분을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핵을 가진 북한과의 격돌은 미국의 엄청난 인명피해와 희생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내 출산률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변사태시 안정화 작전에 대비한 우리 정부의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장비나 물자를 제공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병력의 어려움을 우려하지만 정작 우리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예비전력의 획득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예비전력 문제는 국방비 예산의 1%도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국방개혁의 주요 과제로도 잡혀있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병력부족으로 인해 주 방위군인 예비전력을 10년 사이 두, 세 차례나 반복적으로 동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물며 한반도 전구 작전 상황에서 병력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국 내 안보전문가들 사이에 전혀 쟁점화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미국의 신고립주의의 등장은 우리에게 부담이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차라리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 핵을 가진 북한을 가장 빠른 시간에 궤멸시키기 위한 새로운 작계가 왜 필요한지, 보다 적극적으로 미측을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이기에 이를 간과하면 큰 충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측은 유사시 한반도에서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최대한 자국의 희생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사고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 군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중국이 한반도에 공간적인 거점을 확보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아·태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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