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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자유지 안보논단]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대응 전략

2016.08.12 Views 2080 관리자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대응 전략
최현수(문화일보 기자)

중국이 본격적인 ‘돌돌핍인(咄咄逼人)’의 시기로 돌입한 것 같다. 지난 7월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립 95주년 기념식에서 침해할 수 없는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 어떤 외국도 우리가 핵심이익으로 거래할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스스로) 훼손하는 쓴 과실을 삼킬 것으로 기대 하지 말라”고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국가주권, 안전, 발전 이익 등을 거론하며 겨냥한 곳은 미국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간섭에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다.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일본, 동남아시아국가들의 ‘주제넘는 행동’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또 시진핑 주석은 “중국인민은 (먼저) 사단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사단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주권침해로 간주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력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돌돌핍인’은 중국의 대외정책을 일컫는 사자성어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이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제무대에서 펼칠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인들은 사자성어로 성격규정을 했다. 덩사오핑 주석때는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유행했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안으로는 경제개발에 진력하고 밖으로는 현상을 유지한다는 기조이다.
장쩌민 주석시기에는 ‘화평굴기(和平崛起)’ 즉 평화를 지키면서 대국으로 발전한다는 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력이 급성장하자 이에 걸맞게 군사력과 정치력도 강화됐다. 그러자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시대에 들어서자 ‘화평굴기’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옮겨갔다. ‘뜻하는 바가 있으면 그대로 한다’는 의미로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시진핑 주석시대에는 ‘돌돌핍인’이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가 휘청거렸을 때 확고한 경제력을 과시한 중국은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돌돌핍인은 ‘기세등등하게 힘으로 몰아친다’는 의미로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로 힘의 외교를 본격화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과 아시아 각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는 지난해 스프래틀리 열도에 군사시설을 건설하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고 2013년 11월에는 일본과 영토분쟁이 있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포함하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기도 했다.
군사력의 성장 또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우주선 발전과 위성요격무기(ASAT)발사,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제5세대 전투기 J-20 스텔스 시험비행, 조기경보통제기(KJ-2000)개발, 고고도 무인정찰기 개발 등을 발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 러시아산 항모를 도입해 개조했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확보한 중국은 국산 항모제작을 시작했다. 다롄에서 국산 1호(001호) 항모, 상하이에서 2호(002호) 항모를 건조중인 중국은 2020년대에는 핵추진 항모 건조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은 최근 항공모함에 활용되는 첨단 사출장치인 전자기사출방식(EMALS)테스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중국 해군은 하베이 지역 실험장에서 최초 함재기 젠-15 전투기를 이용해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군사전문가 인쥐 예비역 소장은 “중국이 첫 국산 항모에 최첨단 EMALS)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15년까지 쿠릴열도에서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순다열도까지 연결하는 제1 방어선인 제1도련을 확보한 중국은 2030년대까지 보닌-괌-마리아나-팔라우 열도를 연결하는 제2도련 구축에 나섰다.

중국의 ‘돌돌핍인’을 미국은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자 평화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해나가야하는 G2(Group 2)라고 추켜세우지면 미국을 능가하는 힘을 갖지 않게 ‘봉쇄작전’을 면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제프 해리건 미 공군 소장과 맥스 마르코스 대령은 미첼 항공우주연구소가 발행하는 ‘미첼 포럼’ 6월호에 기고한 2026년 미-중 간 가상전 상황을 토대로 한 기고문에서 상대방방어망을 은밀하게 뚫고 침투해 타격을 가하는 데는 F-35와 F-22 스텔스기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은 전쟁이 발생하면 중국군은 먼저 미국의 레이더망과 통신을 교란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교란을 피하고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이 주축인 중국군 대공망을 뚫고 표적을 정밀타격하기 위헤서 전투기로는 F-35와 F-22, 폭격기로는 B-2와 B-21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고문은 스텔스기의 성능을 과시하려는 것도 있기는 하나 언젠가는 중국과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아시아지역에서 중국 패권확립의 한 방편이자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도 적지 않다. 2011년 1월 마이클 멀린 전 합참의장은 “중국의 군사증강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 J-20, 등평 -21D 인공위성공격무기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중국군은 사이버·대위성전 기술 발전이 미국의 태평양상에서의 임무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2년부터는 ‘아시아 회귀’를 공언하고 군사력의 상당부분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과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옛 우방인 필리핀과의 관계도 복원했다. 미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필리핀과 2014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고 미군주둔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양국은 매년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는 해역 인근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워싱턴에서 양국 고위급 협상을 열어 필리핀 공군기지 4곳과 육군부대 1곳을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팔라완 섬에 있는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는 중국이 군사장비를 대거 설치한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와 우디 섬(융싱다오)와 가까운 곳이다. 남중국해 전역으로 신속하게 항공기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미국의 정찰능력이 그만큼 강화되는 셈이다.
미국은 인도와의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는 오랜 기간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이지만 그간 미국과 그리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과 인도는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후 2년간 4차례 미국을 방문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 지난 6월 모디 총리 방미시 미국은 인도에 동맹국 수준의 핵심군사기술 공유와 이전을 허용키로 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군수와 해양정보 공유, 미국 항공모함 이동과 관련한 중요한 국방협력을 마무리하는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인도에 ‘주요 국방 파트너 지위 부여’까지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인도는 동맹 또는 가장 가까운 우방처럼 핵심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공유와 접근이 가능해진다.
이어 인도는 미국, 일본과 남중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도 실시했다. 3국이 해상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번 훈련이 그동안 실시한 훈련 가운데 가장 복잡하고 규모가 큰 편에 해당된다”고 보도 했다. 3국의 합동훈련이 ‘중국견제용’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인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미해병대를 주둔시켰다. 호주는 그간 지리적으로 멀어 해외 미군기지로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해양진출이 활발해지자 중국에서 비교적 거리가 멀어 직접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적은 반면 태평양과 남중국해, 인도양 등으로 접근이 용이한 호주의 전략적 위상이 높아져서다.

중국과 미국의 견제와 신경전은 올 하반기 미국 대선을 거친 뒤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 주자들이 모두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서다. 힐러리 클리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미국의 아시아회귀전략의 창시자 가운데 한명이고 국무장관시절 대중국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비방을 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미국연구보고서 청서(2016)’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력의 분점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견제와 갈등은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집요하게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무력충돌까지는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문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직은 중국이 미국에 겨룰만한 군사력을 지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무력충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현재로서는 그다지 크지는 않다.
문제는 이런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과정에서 종종 줄서기를 강요당할 한국의 입장이 녹녹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북한의 핵·미사일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상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한국의 현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우리의 ‘핵심이익’을 확고히 확보할 수 있는 전략마련이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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