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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현안
[조선일보 기고] 위국충정 담은 예비역 장성들의 청원, 사관학교 통합 재검토를
2026.08.10 Views 77 관리자
[조선일보 기고] 위국충정 담은 예비역 장성들의 청원, 사관학교 통합 재검토를
박인용 대한민국성우회장·예비역 해군 대장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예비역 장성들의 간절한 위국충정(爲國忠情)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구상은 국가 안보의 대들보를 흔들고 각 군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입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명분은 행정 및 예산의 효율성, 초임 장교 단계에서 합동성 강화로 요약됩니다. 이러한 명분은 국가 안보의 특수성을 깊이 있게 반영하지 못한 접근입니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고등교육 기관이 아닙니다. 지난 80여 년간 숱한 위기 속에서 조국의 산하를 지켜낸 호국간성의 요람이며, 각 사관학교의 학풍과 전통은 사관생도들에게 자부심과 군인 정신을 심어주는 자산입니다. 인위적인 사관학교 통합은 역사와 전통, 정체성과 사기를 훼손하게 될 것입니다. 통합안이 가져올 부작용과 국방 전력 약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첫째, 안보와 국방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정책은 국가의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 판단의 산물입니다. 군의 핵심 리더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교육을 행정 및 예산의 효율성 논리로 접근해 통합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국방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부차적 가치에 놓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합동성의 본질과 동질화라는 착오에 함몰되어선 안 됩니다. 정부는 사관학교 통합이 각 군 간의 장벽을 허물고 합동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군사학이 정의하는 합동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결과입니다. 합동성은 지상·해양·공중이라는 전장 환경에 맞추어 모든 영역의 전력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달성됩니다. 미래 다영역 작전에서는 단순한 네트워크의 연결성이나 협력을 넘어, 전 영역 전력의 상호의존성과 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각 군의 고유 영역의 중요성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전문화된 고유 영역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합동성으로 재편되는 것입니다.
셋째,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정체성 형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학문을 탐구하는 일반 대학이 아닙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으로 향하는 위대한 사명을 몸으로 체득하는 교육 현장입니다. 여기서 지식과 경험, 사색이 버무려져 지상·해양·공중이라는 전장 환경의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사관학교에서 각 군의 정체성을 체득하고, 임관 이후 각 군에서 전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그 체계를 갖추는 것이 군사교육학의 정론입니다.
드론과 AI가 전장을 누비는 시대가 되어도, 결국 그 방아쇠를 당기거나 멈추게 하는 것은 명예의 가치로 무장된 군인의 사기입니다. 대한민국 국군이 강군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예비역 장성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진심 어린 충정의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정중히 청원합니다.
첫째, 사관학교 통합 추진 구상을 전면 재검토해 주십시오. 둘째,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인 각 군별 전문성과 정체성 강화에 자원을 우선 배분해 주십시오. 셋째, 합동성 강화를 위해 사관학교 통합이 아닌, 임관 후 각 군 전문화 교육 및 합동 교육체계 개혁에 집중해 주십시오. 사관학교 교육이 각 군의 전문성이라는 깊은 뿌리와 합동성이라는 풍성한 가지를 동시에 담아낼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는 숙론(熟論)을 거쳐 대승적 결단을 해줄 것을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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