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안
최신안보이슈
2026년 인도태평양 확장억제 지형의 대전환과 한국의 핵 잠재력 전략 분석
2026.07.15 Views 44 관리자
인도태평양 확장억제 지형의 대전환과 한국의 핵 잠재력 전략 분석
1. NBR 특별 보고서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아시아정책연구소(NBR)가 발간한 특별 보고서 '강대국 경쟁 시대의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in the Indo-Pacific in an Era of Great-Power Competition)'는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의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 냉전기 및 탈냉전기 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핵우산'과 확장억제 공약은 이제 다층적이고 상호 연결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신뢰성의 시험대에 올랐다. NBR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확장억제 지형을 뒤흔드는 거시적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① 미국의 '두 개의 핵 강국(Two-Peer)' 대처 딜레마와 전략적 유연성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개의 대등한 핵 보유 강국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는 전례 없는 안보 도전에 직면했다. 여기에 북한의 가속화된 전술핵 고도화 및 다변화,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착화된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및 전략적 군사 동맹화는 미국이 직면한 안보적 과부하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정체된 해외 주둔군을 보다 가볍고, 기동성 있으며, 지역 전반에 유연하게 분산 배치하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과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 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USFK) 등 고정된 전력을 유동화하고 동맹국에 더 많은 재래식 및 억제 역량의 '책임 분담'을 요구하는 구조적 흐름을 낳고 있다.
② 동맹국들의 안보 역할 변화: 수혜자에서 제공자 및 헤저(Hedger)로
미국의 일방적 primacy(주도권)가 약화되고 안보 공약의 가변성이 커짐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은 수동적인 안보 수혜자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안보 제공자이자 잠재적인 독자 억제 능력 구축을 모색하는 전략적 기획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NBR 보고서는 이를 미국 전문가 잭 쿠퍼(Zack Cooper)의 총괄 아래 한국의 조비연 연구위원, 일본의 모리 사토루 교수, 호주의 라비나 리 교수 등 동맹 3국의 핵심 안보 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추적하였다.
일본의 선제적 억제 및 외교적 헤징: 일본은 미·일 동맹의 지휘통제 체계 개편(예: 미국 동북아시아사령부 신설 논의)을 유도하여 억제력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자위대의 독자적인 적 기지 반격 능력(반격 능력) 확보 등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전면화하고 있다. 또한, NATO 및 G7과의 규범적 연계를 강화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 가변성에 대비하는 우회로를 다지고 있다.
호주의 '플랜 A 마이너스(Plan A-Minus)' 전략: 호주는 중국의 핵·재래식 전력 증강으로 인해 대만 해협 등 유사시 호주 기지가 핵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실존적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는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증액하고 동맹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동맹 체제가 붕괴하거나 약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점진적으로 독자적 자조 능력을 키우는 실용적 우회 전략('플랜 A 마이너스')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CNI)과 독자 잠재력: 한국은 2023년 워싱턴 선언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한미가 공동 기획하고 실행하는 '재래식-핵 통합(CNI)' 체제를 구축해 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권의 성향과 국가 안보의 영구적 자립이라는 장기 목표에 맞춰 독자적인 핵 잠재력(Nuclear Latency) 확보 노력을 병행하는 정교한 이중 노선을 전개하고 있다.
2. 한국의 핵 잠재력 담론 분류
NBR 특별 보고서의 한국 섹션인 '한국의 핵 잠재력 논쟁 해부(The Anatomy of South Korea's Nuclear Latency Debate)'는 국내 안보 전문가 및 정책 결정 그룹의 전략적 지향점을 네 가지 스펙트럼으로 범주화했다. 이 분류는 한국 내 핵무장 담론이 단순히 감정적이거나 단일한 방향의 독자 핵무장론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 감수 성향(Risk Tolerance)'과 '핵무기화 의지(Intent)'에 따라 면밀하게 나뉘어 작동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
유형 분류 |
핵무기화 의지 (Intent) |
위험 감수 성향 (Risk Tolerance) |
핵심 전략적 도구 및 외교적 대응 기조 |
|
핵 소극파 (Nuclear Passives) |
매우 낮음 |
회피적 |
- 한미 확장억제 제도의 공고화 및 한미 연합 방위 체제 지지 - 독자 핵무장 시 수반되는 NPT 탈퇴 비용, |
|
핵 협상파 (Nuclear Negotiators) |
중간 수준 |
도구적 |
- 실질적 핵개발보다는 핵무장 여론 및 - 미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확장억제 보증을 획득하거나 |
|
핵 기업가파 (Nuclear Entrepreneurs) |
매우 높음 |
주도적 |
- 핵무기를 직접 제조하지는 않되, - 기술적·제도적 임계 상태(Latency)를 선제적으로 넓혀 |
|
핵 기회주의파 (Nuclear Opportunists) |
상황 가변적 |
기회주의적 |
- 미국 안보 우산의 완전한 철수나 동맹 붕괴 등 - 임계 상태의 핵 잠재력을 기반으로 |
보고서는 2025년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동맹의 안보 보증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NPT를 준수하는 '핵 소극파'의 공식적 입장과, 국가의 실익적 안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및 핵연료 주기 권한을 공세적으로 요구하는 '핵 기업가파'의 성향을 동시에 발현하는 독특한 결합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3. 이재명 정부 '이중적 핵 전략'의 작동 메커니즘
이재명 정부의 핵 전략은 규범 준수 선언과 실용적 기술 잠재력 확보가 공존하는 이중적 메커니즘을 띠고 있으며, 이는 앞서 언급한 인도태평양 내 주요 우방국들의 '전략적 헤징' 흐름과 완벽히 궤를 같이한다.
대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준수와 비확산 공약에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발언 등을 통해 한국과 같이 대외 경제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나라가 독자 핵무장을 단행하는 것은 파멸적인 국제 제재와 고립을 자초하는 극도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벽히 유지하고 한미 CNI 가이드라인 및 양자 협의체를 내실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NBR 보고서 발간 직후 공식 논평을 통해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나 개발 의사가 전혀 없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며 규범적 소극파로서의 선을 지켰다.
그러나 군사·에너지 실천 단계에서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 그리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도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고도의 '기업가적 행동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핵 소극주의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미 협상과 제도적 틈새를 활용해 한국의 '핵 잠재력' 임계선을 최대한 넓혀 놓음으로써 장기적인 지정학적 변동성에 대비하려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4. 국방 및 외교 분야에서의 핵 기업가주의와 다자적 연계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기업가적 실용주의는 국방 및 다자 외교 차원에서 매우 전략적인 형태로 시각화되고 있다.
①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도입과 한미 양자 외교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5월 26일 진해 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를 직접 주재하며 국방부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보고받고 이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을 지시했다. 이와 더불어 신속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통한 자주국방 실현 의지를 밝히며 국가 군사력의 독자적 독립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구상은 대미 외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특성을 역이용하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조율되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방대한 대미 투자 공약(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경협 협정)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조선업 역량을 적극 어필하였다. 특히 미 해군의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건조 협조 요청을 적극 수용하는 조건으로, 한국 해군 SSN 도입에 필요한 저농축 우라늄 연료 공급의 보장과 한미 원자력 협정상 농축·재처리 자율성 확보 조항 개정을 거칠게 압박해 관철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저농축 우라늄 공급,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그리고 구체적인 원잠 건조 협력 방안에 대해 긴밀한 양자 협의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② 다자 원자력 협력을 통한 우회로 개척
이재명 정부는 양자 협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자 안보·산업 협력의 틀을 활용해 한국의 민간 원자력 역량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2026년 7월 7일 한·미·일 3국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공동 전파 협력 양해각서(MOC)를 체결했다. 이는 동맹국 간의 긴밀한 원자력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한국의 민간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에 대한 대외적 명분을 확보하고 다자 구도 속에 은밀하게 녹여내는 고도의 우회 전술이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방산 포럼에 직접 참석하여 무기 거래 단계를 넘어 공동 연구·생산·운영을 포괄하는 '방산 파트너십 2.0' 체제를 제안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지정학적 지평을 넓혔다. 대중국·대러시아 관계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하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실용적 균형 외교를 가동하며 국가적 자주 국방의 기초 체력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5. 국내 에너지 안보 및 산업 정책과의 긴밀한 상호 작용
이재명 정부의 '핵 잠재력' 및 원자력 추진 자원 확보 노선은 국내의 거대한 산업적 생태계 복원 및 차세대 에너지 수급 계획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톱니바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호남 등 남서부 지역에 총 8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첨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및 물리 AI, 대형 데이터 센터 단지 건설 기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메가 프로젝트들이 적기에 전력 부족 없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대략 원자력 발전소 24기에 필적하는 막대한 양의 기저부하(Baseload) 전력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100GW 달성 계획을 적극 병행하되 기후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과거 진보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독트린을 과감히 폐기하고 신규 대형 원전 건설 및 SMR 배치를 공식화하는 실용주의 에너지 믹스를 선택했다.
김성환 기후환경부 장관은 이러한 대규모 산업 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차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과 SMR 가동을 공식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행정적 규제 절차와 인허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메가특구법(Mega Zone Act)' 제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 원자력 자율성 확대가 단순히 외교·안보 카드를 넘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차세대 산업 생태계 수급과 강력하게 연동되어 추진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6. 종합적 평가 및 전략적 전망
미국 NBR 특별 보고서가 날카롭게 포착하였듯이, 이재명 정부의 핵전략은 극단적인 핵무장 강행이라는 국제 규범과의 정면 충돌 대신, 동맹의 신뢰 확보와 자주적 실용주의 행동을 고도로 절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전략적 노선은 다음과 같은 다차원적 전략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맹 안정성과 자주적 자율성의 조화: 겉으로는 NPT 규범을 명철하게 준수하고 한미 CNI 제도 안착에 협력하면서 미국의 비확산 우려를 잠재우는 한편, 이면으로는 SSN 개발 및 원자력 기술 독자화를 통해 외교적 자립을 도모한다.
최악의 지정학적 사태에 대비한 완충재(Buffer) 마련: 미국 내 고립주의 확산이나 극단적인 대외 안보 공약 후퇴가 현실화될 경우, 미리 확보해 둔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잠재력, 그리고 원잠 운용 경험은 한국이 단기간 내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실존적 방어 시스템을 신속히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열어준다.
대체 불가능한 강소국(Irreplaceable Power)으로의 도약: 한미 원자력 협정의 성공적인 보완과 독자 잠수함 전력화는 한국을 안보적 종속국이 아닌,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분산형 안보 네트워크에서 핵심 군사·기술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가장 확실한 억제적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