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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2025.11.01 Views 21 이상돈

백만장자
 
추석 연휴가 끝난 주말에 현금 없는 백만장자들이란 조간신문 기사가 나의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Bloomberg)현금에 쪼들리는 백만장자(cash-strapped millionaires)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한 내용을 인용 보도하면서 우리나라의 현실도 소개한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휴가용 별장, 개인 제트기와 요트, 오트 쿠튀르(고급 의상) 쇼핑 같은 고전적인 백만장자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라며 그 현상을 전했다.
자산은 주택이나 연금에 묶여 있고,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실제 느끼는 부유감(富裕感)이 떨어지고 있다. 상당수는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종이 백만장자(paper millionaire, 문서상 백만장자)’.”라고 했다. 이어서 기자는 KB금융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의 부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은 부동산에 훨씬 더 기울어져 있다. 한국 부자(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동산 비중은 55.4%에 달한다.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은 11.6%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백만장자(百萬長者)’란 미화 1백만 달러(한화 약 14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를 말한다. 물가 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으로 21세기에는 1백만 달러 자산이 부자라기보다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는 1백만 달러가 보통사람은 한평생 모으지 못할 자산 규모였기 때문에 백만장자는 곧 부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부자의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 용어는 1719년에 미국의 금융가 스티븐 펜티먼(Steven Fentiman)이 불어(millionnaire)로 처음 사용했고, 1816년에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이 영어(millionaire)로 처음 기록했다고 한다. 당시 기준으로 총 자산에서 총 부채를 뺀 순 자산이 1백만 달러 이상인 부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78억 명 중 0.7%에 해당하는 5608만 명이 백만장자였으며, 대한민국은 5,100만 명 인구의 2%105만 명이 이에 포함되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2025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백만장자수는 1301천 명이다. 전체 인구 51,175,725명의 2.54%를 차지한다. 2020년보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금융자산의 증가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기업 가치의 상승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위의 통계를 보면 21세기에도 지구상에 백만장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백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1백만 달러를 인식하는 상대적 가치는 변했으나, 절대적 가치로는 변함없이 큰 돈이다.
 
추석 전에 어느 자리에서 전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원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A는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하여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으나, 서운한 얼굴 표정이 아니었다. B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했다. C는 침묵을 유지했는데, 지급 대상인 듯했다.
정부는 지급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삼았다. 20256월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이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 가구원 합산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가 12억 원을 초과하는 가구, 가구원 중 금융소득 합계가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있는 가구는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 결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이 가계(家計) 형편을 드러내는 증표가 되어버렸다. 고액 자산가를 걸러내기 위한 소득 상위 10% 기준은 계층 낙인이 되었다. 한편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백만장자이거나 준백만장자라고 볼 수 있다.
 
6.25전쟁이 휴전된 1953년에 1인당 국민소득(GNI)67달러였던 대한민국이 성장발전하여 2024년에 36,624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현재는 ‘000의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TV 프로그램까지 방영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백만장자를 소개하며 이 시대의 진짜 부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진정한 부()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빈부 격차를 자극하는 면이 있으므로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전역하면서 정착한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14년째 거주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가는 옥수역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하철역 풍경 중에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승객들이 환승구역의 간이음식점 앞에 서서 김밥이나 어묵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는 모습이다.
 
대한민국 경제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TV 프로그램 이웃집 백만장자와 지하철역의 간이음식점 승객들을 통해 느낀 소감,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양극화(兩極化, Polarization)’는 부의 정규분포에서 중산층이 감소하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으로,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등 빈부 격차를 인정하는 모든 체제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본격화했고, COVID-19 사태를 겪으면서 심화되어 심리적 내전을 초래한 상황이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극복해야 지속가능한 나라가 될 텐데,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과 구체적인 노력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비 진작과 지역경제 회복을 노린 경기부양 정책으로, 단기 소비 촉진과 소상공인 매출 회복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한시적 경기부양에 그치고, 물가 상승과 재정 부담 우려가 크다. 정부가 13조 원 이상의 재정을 생산적 투자가 아닌, 소비에 투입한 행위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수한 정책으로 문제가 많다. 2025년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55%를 넘어섰는데, 이는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하고 재정을 절약했어야 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쇠락한 국가들의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한 것은 졸렬한 방책이다. 특히 소득 상위 10%를 걸러내면서 계층 위화감을 조성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고 현금 없는 백만장자들사례에서 보듯, 현금 흐름(Cash-Flow)이 중요하다. 많은 금액이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현금이 가계로 들어와야 살아갈 수 있다. 어느 공적 연금 수급자가 연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에는 광화문의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감사 인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은 적이 있는데, 요즘은 이해가 된다. 대부분 박봉(薄俸)에서 떼어 연금 기여금을 납부하던 시절에는 생활이 빠듯했지만, 지금은 국가가 현금 흐름을 보장해주고 있으니 백만장자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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