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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10월호 권두언]막바지로 치닫는 북한 핵문제와 우리의 대비책
2017.10.12 Views 1533 관리자
막바지로 치닫는 북한 핵문제와 우리의 대비책
오준 경희대 교수 (전 유엔대사)
북한은 작년도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인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미사일 실험도 최근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서 기록을 정리하기가 바쁠 정도로 잦은 도발을 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의 역사상 유래가 없는 강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이러한 도발의 끝은 어디일까? 필자는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마지막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어떤 국가도 끊임없이 핵.미사일 실험을 한 경우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값비싼 핵무기와 미사일을 별 목적 없이 계속 터뜨리고 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와 파키스탄도 5-6차례의 핵실험 이후 1999년을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도 조만간 멈출 것이며, 이것은 물론 기뻐할 일이 아니다. 사실 핵능력이라는 것은 추정되는 능력이지 입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작년 5차 핵실험 이후 실험을 중지하였더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북한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합법적 핵보유국은 1967년 시점에서 핵을 가지고 있던 미,영,불,러,중 5개국밖에 없다. NPT에 가입하지 않은 3개국(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모두 핵을 개발, 보유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북한처럼 NPT에 가입해서 원자력기술을 외부로부터 제공받은 국가가 합법적인 핵보유국이 된 적은 없다.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는 것과 국제법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북한은 대외 경제활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제재를 받으면서까지 왜 이렇게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북한을 핵보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자가 되어서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핵무장을 하면 권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착각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독재정권은 외부의 무력 공격보다는 내부로부터의 도전으로 붕괴되었다. 사람은 핵무기를 먹고 살 수 없으므로, 북한도 식량 확보를 포함한 경제 전반의 개선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줄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국민들이 잘 살도록 경제 사회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이라고 무한정 참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두 가지 방향의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유엔 제재를 포함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높여 놓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시점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이 스스로 핵 능력을 완성했다고 판단하고 실험을 중지하게 되면 그 동안 억지로 눌러 놓았던 경제 발전을 통한 주민생활 개선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려 할 것이다. 그때를 결단의 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이처럼 강력한 국제 제재 하에서는 경제 발전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핵무기와 경제발전 중에 택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북한 정권은 그러한 시점에서도 어렵게 얻은 핵능력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계속 제재와 압박을 높여가기만 하면 된다. 일단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면 앞으로 몇 차례 추가적 실험이 있더라도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고, 방향 선회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소위 ‘전략적 인내’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야 할 두 번째의 노력은 북한의 핵능력을 상쇄하는 핵 억지력을 갖는 것이다. 북한이 언제 방향을 선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의 무력분쟁이 생길 경우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위험성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든지 전술핵을 재도입하든지 모든 가능한 군사적 대응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서, 북한이 만약에라도 핵을 사용하면 자신도 핵공격을 받을 것이 틀림없는 구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분명하게 공멸로 가는 도발을 북한의 선택지에서 없애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핵무기 사용=북한의 자멸’이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성립해야 한다.
중국이 은밀하게 대북 제재를 회피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방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핵비확산체제 하에서 핵무기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5개국에는 중국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핵비확산 체제가 붕괴되고 동북아의 안보 균형이 깨지는데, 이 두 가지 모두가 중국에게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압박에 중국의 협조를 강력히 촉고하고 있는 점과 북한이 핵능력을 완성하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뿐 아니라 자체 핵개발도 대안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이 막후에서 대북제재의 효과를 삭감시키는 것은 백해무익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돌발적인 기행으로 보이던 북한의 핵개발은 이제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최악의 도발이 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안보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족의 앞날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 우리로서는 국내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 주민을 형제.자매로 생각할수록, 현재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정권이 민족에 대한 역사적인 죄가 될 파멸의 길에서 방향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북한 동포가 보다 나은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남북한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