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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7월호 안보논단]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은의 생존전략

2017.07.18 Views 1482 관리자

핵을 포기하지 않는 김정은의 생존전략

윤규식(북한미래문제연구소장, 정치학 박사)

한국의 대선 기간 동안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선거 내내 주요한 화두였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공격 가능성은 국제사회의 망나니짓을 하고 있는 북한의 핵 놀음을 더 이상 방치했을 경우 실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기간 동안에 시리아공격을 승인했다. 북한을 비핵화 하는데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군사적 메시지였다. 이런 맥락에서 항공모함과 전략무기들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북한의 도발 위협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한 것은 필요하다면 군사적 옵션을 통해서라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은 채 북한이 우려하는 정권 교체나 침략 계획이 없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운운하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어찌 보면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한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반응

한반도에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 정부는 일단 대북 군사적 강경책보다 중국을 이용한 북핵 폐기를 우선정책으로 선택한 듯하다. 최근 미 정부가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4대 기조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정부의 의견도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기조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열린 이후 약 10여 년 간 중단된 상태다. 미국이 최종적인 북핵 해결 방법은 대화라는 점을 확정했다면 이는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개를 미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국면에 따라 북미 양자 대화 또는 6자회담 등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을 전략적 조급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전의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 실패의 길을 다시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포장한 다음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상표를 붙여놓았을 뿐이라고 폄하하였다.

노동신문은 리경수 개인 명의로 발표한 미국은 우리 천만군민의 불굴의 의지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공갈과 압박의 도수를 최대한 높이고 군사력을 서슴없이 사용해서라도 짧은 기간 내에 우리 제도를 기어코 전복시킨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위해 지난 3월엔 반공화국 핵전쟁연습소동인 키 리졸브 훈련을 실시했고, 4월엔 칼빈슨 핵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폭격 등을 통해 자신들을 위협 공갈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19921차 핵위기 이후 해온 미 행정부 대북정책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에 대한 북한식 대응인 셈이다.

그럼에도 노동신문의 기고문을 주목하는 것은 북한이 기고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속내를 비쳤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 등 주변국에 대해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것은,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스스로 죽은 목숨이라고 믿고 있다. 주변국의 비핵화압박이 궁극적으로는 북한정권이나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고 있다고 믿는 김정은은 생존을 위한 벼랑 끝 전술로 대미 항전이나 전쟁 불사를 강조하는 것이다.

김정은을 위협하는 요인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의 김정은은 자신과 정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외부 세계의 직접적 공격이나 정권교체 시도, 내부 엘리트층의 쿠데타, 경제난에 따른 민중봉기 등 3가지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에 상응한 생존전략을 핵과 미사일 개발, 공포와 폭압통치, 정치적 억압체제 내에서의 시장지향적 경제개혁으로 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는 체제생존의 대안으로 집착하고 있다. 핵을 갖지 않았거나 핵을 포기한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마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운명이 북한의 김씨 가문에 확고한 교훈을 줬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후세인이 만약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미국이 섣불리 이라크를 공격하지 못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편 미국에 적대적이었다가 서방의 경제지원과 교환 조건으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 리비아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는 결국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가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북한이 핵보유를 체제생존과 동일시하는 이유다.

김정은은 자신이 남한이나 미국을 먼저 공격하면 자살행위라는 것도 알지만, 핵무기 투발 수단과 2차 보복타격 무력을 갖추고 있으면 어떠한 강대국도 북한을 공격하거나 북한 내부 상황에 개입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어떠한 형태의 압박이나 보상 약속도 현재로서는 김정은을 움직이게 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사적으로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김정은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우려하는 또 다른 사안은 북한 내부에서 군부나 공안권력기관에 의한 쿠데타나 반정부 봉기이다. 현재는 공포와 폭압통치로 이를 억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김정은 집권 후 고위간부 140여 명이 처형된 것은 내부 반란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말해준다. 가장 최근에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을 비롯해 김정은이 북한 집권층 내부 불만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그 수단을 가진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있는 것도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을 사전에 제거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김정은이 느끼는 또 다른 위협은 민중봉기, 즉 경제난에 시달리는 민중의 반란이다. 김정은 시대에 일부 경제지표가 상승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주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김정은은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일부 시장지향적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북한보다 경제규모가 40배나 큰 남한의 존재로 인해 과감한 개혁과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자율성을 부분적이나마 보장하는 시장의 자유화는 정치적 자유화로 전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감한 개혁과 개방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정권의 고민이다.

북한정권의 생존전략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핵과 미사일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아마도 작금의 위기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옵션을 상정하여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 지도부는 대외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김정은 집권 후에는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였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25월에는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김정은 정권 지난 5년 동안 북한은 3차례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약 40여 차례나 실시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듯하고 머지않아 실전배치 될 것이다.

2017년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5차 핵실험 직후 북한핵무기연구소는 소형화·경량화·다종화 된 보다 타격력 높은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이처럼 핵개발에 집착하는 것은 후세인과 카다피, 루마니아 차우세스쿠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핵무기만이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북한 정권을 보호하는 방호막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정권 유지를 위해 공포와 폭압통치, 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삼았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자본주의 인센티브 유인책을 추가했다. 그가 10대 때 잠깐이나마 자본주의 국가인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이 독재정권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도 공포와 폭압통치, 외부와의 단절만으로는 체제유지가 어렵다. 또한 북한 정권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개발과 경제발전은 병행될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생존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북한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옵션도 중요하지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발전이나 정보의 유통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들을 외부 세계가 더욱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류를 비롯한 외부정보의 주입을 확대하여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은 바깥 세계의 삶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북한을 내부로부터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과 한국의 신정부가 협력하여 한반도에 새 미래가 열리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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