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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5월호 안보논단] 우리나라 모병제 주장, 타당한가?
2017.05.11 Views 3756 관리자
우리나라의 모병제 주장, 타당한가?
양 영 모
성우안보전략연구원장
성우안보전략연구원장
병역은 국가에 대한 헌신의 발로 병역(military service)은 한 나라의 국방력 구성에 필요한 병력을
충원하기 위한 국민의 부담을 말한다.
병역제도는 병력을 충원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의무병제’와 ‘지원병제’로 구분된다.
의무병제는 국가가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병역을 부과하는 제도로서 징병제, 동원제 등이 있다.
지원병제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병역을 이행하는 제도로서 모병제, 용병제, 의용군제, 직업군인제 등이
있다.
병역제도는 1789년 프랑스혁명을 전후로 근본적으로 변했다.
그 이전의 군대는 ‘왕의 군대’로 왕의 영광을 위해 전쟁을 수행했다.
왕은 병력이 필요하면 통상 다른 지역의 군대를 돈으로 사온 ‘용병’으로 전쟁을 수행했다.
용병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대부분 근대국가는 국민개병 사상을 바탕으로 의무병제 군대를 유지하였다.
의무병제에서 병역은 단순한 국방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국가에 충성, 헌신한다는
숭고한 이념을 포함하고 있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유럽 여러 나라들은 모병제 군대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로 6·25전쟁 극복 우리나라는 1949년 8월 “모든 국민은 국토방위의 의무를 진다”라는 헌법에
입각해 징병제가 시행되었다.
6·25 전쟁 발발 시 배운 사람이든 아니든 부유한 사람이든 아니든 19세 이상의 모든 남자는 군대에
징집되었다. 62만천5백여 명의 군인들이 전사, 부상 혹은 실종, 포로가 되었다.
학생들도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다. 모든 국민이 나라를 지킨다는 애국, 희생정신의 기틀이 형성되었다.
병역법 제3조(병역의무)에 따라 모든 대한민국의 남성은 18세부터 병역준비역에 편입되어 현역, 보충역
혹은 전시근로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예비역으로 8년간 병역을 이행하고 있다. 장교, 부사관 등
군 인사법을 적용받는 간부들의 경우는 직업군인제에 해당한다.
단기복무 장교 및 부사관, 육군의 기술행정병, 해·공군 및 해병대의 지원병은 고유한 의미의 지원병제가
아니다. 병역의무 대상자가 어떤 형태의 군 복무를 선택할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의 경우가 순수한 지원제로 볼 수 있다.
모병제는 군대를 일자리로 보는 정치·경제적 주장 대선 시기를 맞아 제기되고 있는 모병제 주장이
무엇인지,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자.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첫째, 미래는 소수 정예화된 첨단기술군의 전쟁으로 단기복무, 병력위주의 양적 군대는 전투기술
숙달에 한계가 있어 부적합하며
둘째, 청년층 인력의 활용 제한으로 국가적 손실이 과도하며
셋째, 징병제는 국민들의 병역부담이 가중되어 병역비리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정치인들은 병역가용자원이 25만 여명으로 줄어드는 2023년경에 군 규모를 간부 12만,
병 18만 명 등 30만 명으로 감축하여 ‘연봉 2,400만원에 복무기간 3년의 병’을 모집하는 군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나(3~4조 원 소요), 모든 병을 10개월 의무복무 후 ‘연봉 3,000만원 3년 복무 병‘을
모집하자는 주장(3조원 소요), ’첨단전력 보강 시 12개월 복무가 가능‘하다는 주장 등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전문병사‘를 모집하자는 주장도 있다.
2022년경 간부 22만 명, 병 30만 명을 유지하되 병 30만 명 중 15만 명을 ’하사 월 급여 수준 178만원에
4년을 복무하는 전문병사‘를 모집하고(3조2천억 원 소요) 징집된 15만 명의 복무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면 현재 21개월인 징집병의 9개월 복무단축효과는 4조6천억 원에서 최대 9조3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모병제 주장은 한마디로 ‘돈이 없는 사람은 3~4년 군대’에 가서 돈을 벌고 돈이 있는 사람은
10개월만 군 복무를 하게하자 정치적, 경제적 주장이다.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4조원 규모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방개혁도 소요예산을 지원한다는
조건하에 시작되었으나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마당에 모병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실행 자체도 불가능한 주장이다.
모병제는 우리나라 안보현실을 도외시한 선동적 주장 유럽 여러 나라에서 모병제를 채택하는데 영향을
미친 핵심요인을 분석해 보면, 안보위협이 잠재적 분쟁 수준 이하로 소멸되었거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이상으로 모병제에 소요되는 경비부담이 없으며, 군 규모가 병역가용자원의 1/3 미만으로 소규모
이거나, 징집병의 비율이 30% 이하로 전문화되어 있는 군을 유지해 온 경우, 국민들이 병역의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이었다.
모병제 주장이 우리나라 안보현실에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우리나라는 ‘군사정전’ 상태, 다시 말해 전쟁 중인 국가로 북한의 다양한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군의 규모를 30만 명으로 축소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장차 통일 과정, 통일 이후 주변국 정세를 고려하여 최소 52.2만 명 규모의 군사력 유지가 필수적임은
노무현 정부 국방개혁 당시에도 판단하고 있었으며 향후 줄어드는 병역가용자원을 고려한 것이다.
소수 정예화 첨단기술군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음은 미국의 이라크戰, 아프간戰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둘째, 입대를 앞둔 당사자와 부모의 입장에서 돈 있는 사람은 안가도 되는 군에 가서 ‘3~4년 복무하고
1억 원을 벌수 있는 병’에 지원할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이다.
현재 월 120~180만원을 받는 유급지원병도 애초 4만 명 계획에 제대로 지원이 안 되어 1.3만 명으로
규모를 축소하였다. 대만에서 애초 계획보다 돈을 더 많이 주었지만 2013년 2.8만 명 계획에 겨우 8천명이 지원하여 실패하고 있다.
현재에도 부유층 자식들이 군 복무에 편익을 보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국민들의 생각과도 맞지 않는,
새로운 차별을 초래할 제도임이 분명하다.
셋째, 정치인의 복무기간 단축, 청년일자리 창출 등 인기 영합적인 달콤한 주장은 당장의 경제적 득실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우리 사회의 공익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를 위해 충성, 봉사, 헌신하는 병역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군 복무는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돈으로 해결해서도 안 되는 문제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기 영합적 주장은 병역과 안보에 혼란만 초래 모병제는 우리 안보현실과 여건에 맞지 않는 정치·경제적, 인기 영합적 주장이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국방개혁을 심층 검토할 때도 나오지 않았던 모병제 주장이 유독 선거 시기에
나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병역제도는 국가안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주장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독일도 통일 20년이 경과된 시점에서야 겨우 징병제를 유예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대만도 모병제를 연기하고 있다. 자칫 일부 정치인들의 인기 영합적 주장에 현혹되거나 소모적 논쟁에 휘말려 불필요한 안보 혼란을 자초할 수 있음을 심히 우려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군 복무로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방지하고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확실하다.
그것을 비용으로 따질 수 있겠는가?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 또한 국가방위의 든든한 역군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