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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 2월호 권두언] 국군장병 여러분이있기에 대한민국이 존재합니다.

2017.02.03 Views 1908 관리자

국군장병 여러분이있기에 대한민국이 존재합니다.
이종명(국회의원)


 
사랑하는 국군장병 여러분! 여러분을 생각할 때면 저의 가슴은 언제나 한없이 두근거립니다. 지금 이 순간도 오랜만에 자식을 만나는 부모의 마음처럼 하고픈 이야기는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2017년 정유년 새해, 콧물이 얼어붙는 엄동설한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 수호를 위해 언 발과 언 손을 녹여가며 맡은 바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국군장병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들을 너무 힘들게 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어수선한 국내외 안보환경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안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올해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층 더 고도화되고,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를 둘러싼 주변국의 대립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각 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군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방산비리로 얼룩진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문제는 물론, 병영내 악·폐습을 근절하고 새롭게 병영문화를 혁신하는 과제, 그리고 그동안 추진되어온 국방개혁의 차질 없는 진행 등 우리 군은 새로운 혁신과 변화라는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분명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대한민국의 어려운 안보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보현실에도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국군장병 여러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정 국방예산을 확보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첨단무기를 획득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 추진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여러분이 군의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서서 미래 ‘선진강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안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자랑스러운 국군장병 여러분!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현재의 고난 때문에 좌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진급에 대한 불안과 걱정, 전역 후 진로 문제, 가정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괴로워하는 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좌절하면 안 됩니다. 성경에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의 고향 청도는 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가을이 되면 발갛게 물든 감나무잎과 붉은 감으로 마을 마을, 동네 동네가 불타오릅니다. 우리에게 풍성한 감을 선물하는 감나무는 씨를 심는다고 해서 바로 감나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씨를 땅에 심으면 감나무가 아닌 고욤나무가 나옵니다. 이 나무가 감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가지를 자르고 접붙이기를 해야 합니다. 접붙이기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욤나무의 모두를 칼로 수평으로 잘라 쪼갠 후, 뾰족하게 자른 감나무 가지를 그 사이에 집어넣어 묶어주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고욤나무의 모두를 대각선으로 자른 후, 똑같이 대각선으로 자른 감나무 가지를 겹치게 붙여서 고정을 시키는 방법입니다. 두 방법 모두 칼로 잘라내는 고통을 이겨낸 고욤나무만이 비로소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감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군복을 입고 보냈던 33년의 군 생활에서 저 역시 고욤나무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지뢰사고로 멀쩡했던 두 다리를 잃고, 의족과 지팡이가 제 삶을 지탱하는 새로운 다리가 되었습니다. 2000년 6월, 3년간의 수색대대장 임기를 마치고 이·취임식을 열흘 앞둔 시점에 대대장 임무를 후임자에게 직접 인계하기 위해 들어간 마지막 수색작전에서 그만 사고를 당했습니다. 수색작전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중 지뢰를 밟은 후임대대장과 중대장이 쓰러졌습니다. ‘위험하니 내가 간다’하고 그들을 구하려다 저 역시 또 다른 지뢰를 밟고 두 다리가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는 가운데 멀리서 저를 구하려고 뛰어 들어오는 부하들이 보였습니다. 위험하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니 오지마라’고 외치고, 떨어진 소총을 끌어안고 잘려 나가버린 두 다리를 끌며 포복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꿈과 희망, 그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두 다리와 함께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긴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뜬 순간 제 마음은 아주 평온했습니다. ‘내가 죽지는 않았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아, 내가 해야 할 또 다른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 후 2년이 넘는 병원 생활에서 여러 차례의 수술과 힘든 재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족과 지팡이가 새로운 다리가 되어 퇴원 후에도 15년을 더 군에서 복무하고, 지금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밤 하늘에 뜬 별은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법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 어쩌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중요한 순간일지 모릅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낸다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은 물론, 그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군장병 여러분! 여러분들이 있기에 지난밤에도 짧은 두 다리를 뻗고 편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튼튼한 안보의 뒷받침이 없는 경제발전과 민생은 허상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을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군 복무기간이 국가안보에 큰 힘이 되는 만큼, 이 기간이 여러분 각자의 인생에서도 몸과 마음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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