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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자유지 안보논단]북핵위기 대비책, 핵 옵션과 자주국방력
2017.01.03 Views 2230 관리자
북핵위기 대비책, 핵 옵션과 자주국방력
김민석(중앙일보 편집위원)
지난해 9월9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 야욕에 따른 5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는 급속하게 핵 위기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김정은의 핵 보유 의지를 멈출 수 있는 단계는 사실상 지나갔다. 지난 5차 핵실험과 그동안의 경과를 평가해볼 때 북한은 올해 안에 핵탄두가 장착된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의 핵무기 실전 배치는 노동미사일이나 스커드를 통해 우선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사정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핵무장의 실효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확보는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북한은 ICBM급인 KN-08(또는 KN-14)의 2단 및 3단 로켓으로 사용하는 무수단 미사일이 최근 발사에 연속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 번도 비행시험을 하지 않은 무수단 미사일을 2007년 실전 배치했지만 무기의 안정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증명됐다. 북한이 지난 해에 무수단미사일을 8번 발사했지만 딱 1번 성공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북한의 ICBM 개발이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KN-08을 완성하려면 5∼10번의 비행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북한은 아직 비행시험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ICBM 발사시험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는 셈이 된다. 미국 최우선을 내세우며 예측이 불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을 타격 목표로 하는 ICBM 발사시험을 용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은 ICBM을 개발 완료에 앞서 한국과 일본을 먼저 공략하려고 나설 것이다. 핵탄두를 ICBM에는 장착할 수 없지만 노동 또는 스커드 미사일에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협박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한국에 대해 수시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더라도 북한 핵무기의 파괴력에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배경으로 재래식 도발을 하면서 우리 사회 내에 동조세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더구나 최순실 사건에 올해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가시화된 핵 위협에 대비해 국방부도 Kill Chain, KAMD, KMPR(대량응징보복) 등 3K라는 3축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방부의 대응책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응이어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가운데 Kill Chain과 KAMD은 이미 존재하거나 구축중인 계획이고 KMPR은 새롭게 제시한 방안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KMPR은 한국군 단독작전으로 이뤄지며 작전 대상은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전쟁지도부다. 그러나 KMPR에는 문제가 많다.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을 때 시행되는 작전으로 그 시행 과정에 한계가 있다. 우리 군이 가진 재래식 무기로 김정은이 숨어있는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KMPR의 수단과 시행방법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핵옵션의 단계적 검토
핵옵션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도와 ‘핵에는 핵’이라는 논리로 인해 핵무장과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 여론이 높다.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58%가 핵무장을 지지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한국이 즉각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핵무장은 당장 1992년 발효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배치된다. 또 핵무장을 하려면 핵비확산체제(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비난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핵무장을 추지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하는데 미국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위협이 위중한 상황에서 원자력협정으로 인한 한ㆍ미간 갈등은 북한이 바라는 바다. 북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저항도 매우 클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또한 현재로선 한ㆍ미 정부 모두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도 배치돼 북한의 핵개발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트럼프의 새 행정부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의 핵무기가 제거되면 미군 전술핵도 철수한다는 조건이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 미군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에 앞서 몇 가지 핵옵션을 구상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1단계) 미 전략폭격기의 핵무기 실무장 한반도 기동시위 북한 핵실험과 핵위협 등 상황이 발생할 때 실제 핵무기를 탑재한 미 전략폭격기를 불규칙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갖고 공개하는 방안이다. 전략폭격기에 실제 핵무기를 탑재한 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북한에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국 국민들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가진다. 미국도 핵우산 제공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단계) 유사시 한반도 바깥의 미군 전술핵 한ㆍ미 공동운영 북한의 핵사용 임박 시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전술핵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반입해 한ㆍ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한ㆍ미 양국은 유사시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반입한 뒤, 양국 공군 전투기에 함께 장착하고, 북한 전쟁지도부의 지하벙커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반드시 제거된다는 등식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줘야 한다.
미군의 전술핵 가운데서도 최근 개발이 거의 완료된 신형 전술핵무기인 B61-12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전술핵폭탄은 지하에 침투해 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 미군 당국은 이 신형 전술핵폭탄은 낙진 피해가 적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로 평가하고 있다.
이 방안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한ㆍ미가 이 방식에 합의해 발표하면 북한의 김정은 등 전쟁지도부가 핵무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억제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이 핵을 사용하면 반드시 벙커를 무너뜨려 모두 압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핵무기 사용을 결심하더라도 주변의 핵심 참모들이 함께 제거되는 것을 두려워해 핵사용에 반대할 수도 있다. 북한 전쟁지도부 내에 분란을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한반도에 핵우산 사용 결정에 따른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한국 대통령의 요청도 있고 한국 공군기에도 전술핵을 장착해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부담이 1/4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ㆍ미간 사전에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한국 대통령이 미군 전술핵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을 한·미가 합의해두어야 한다. 둘째, 이 조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술핵의 공동사용을 요청하고 양국 정상의 협의로 작전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 방안이 합의되면 북한이 충분히 인식하도록 대외에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의 NATO 우방국에 대해서는 이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사례로 들어 트럼프 인수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3단계) 핵무장 준비선언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위기 상황이 되거나 미국이 전술핵 공동사용을 거부할 경우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 옵션이다.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한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을 위한 행동은 하지 않지만 핵무장에 필요한 절차와 방법 등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의지를 표시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1차적으로 대북제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해 강한 경고 효과다. 한국의 핵무장 준비선언이 일본과 대만으로 파급돼 중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한국은 준비선언을 하기 전에 중국과 사전협상을 통해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2차적으로는 핵무장 준비선언 이후에 북핵의 위협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미국이나 중국 등으로부터 실효성 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는 명문이 된다. 물론 핵무장 준비선언 이전에 미국과 충분한 교감은 필수적이다.
시행방법으로는 정부가 미국 및 중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핵무장 준비를 선언한 뒤, 핵비확산체제(NPT)와 한미원자력협정를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따른 불편함과 국제적인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1·2·3단계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중국 등으로부터 호응이 없는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이 현실화되면 정부는 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이어서 핵무장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와함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한국의 군사대비태세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트럼프나 미 공화당의 원칙이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자국 방위는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다. 마치 강도가 침입했을 때 스스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놔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우리 군의 전투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본다. 국방부가 그동안 국방개혁을 추진해왔지만 연간 국방비 증가율이 4% 내외에서는 제대로 된 개혁이 어려웠다. 더구나 인구 절벽으로 병력이 자연 감소하는 상황에서 군이 현대화되지 않으면 북한의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과 핵전력에 대비할 수가 없다. 예산도 주지 않으면서 자주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방비 증가율이 최소한 7% 이상은 돼야 정상적인 군대를 만들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미국의 국방비를 올해 5343억 달러를 재임기간 중 1조 달러까지 증액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22년부터 급속하게 줄어드는 병력 자원을 감안해 군 의무복무기간을 다시 연장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을 아무리 현대화해도 두배나 되는 120만명의 북한군을 감당하기 어렵고 통일과정에도 상당한 병력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운 안보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우려는 국가의 리더십이다. 앞서 언급 사안들을 결심하고 추진하려면 국가지도자의 강한 의지가 밑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최순실 게이트로 국가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다. 여기에 덩달아 정치권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력싸움에만 몰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6.25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인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치권과 국가의 리더십 안정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