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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자유지 권두언] 2015년을 돌아 보며 새로운 한해를 설계하자.
2015.12.02 Views 1877 관리자
2015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한해를 설계하자.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어느덧 2015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어느 한해 평온할 때가 있었을까마는 우리 군과 관련하여 올 한 해도 많은 일이 있었다. 군인의 본분에 충실해 국민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일도 있었지만, 방산 비리 연루를 포함하여 국민의 눈총을 받게 된 일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실체적 진실과 다소 거리가 멀어 억울하게 비판받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 되돌아보면 좀 더 투명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일을 진행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 있다. 과거의 관행으로 도덕적으로 큰 죄의식 없이 처리해왔던 일에 대해서도 이제 우리 사회는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해야 할 군의 구성원들이, 특히 군의 고위지도자들이 사심 때문에 자신의 명예는 물론 군의 명예와 자부심마저 크게 허무는 일에 연루된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이것이 군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크다. 근자에 만나 본 군의 간부들은 매우 위축되어 있고 사소한 실수마저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비판을 가하고 있는 언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그래도 우리는 큰 희망을 보고 있다. 출근길에 차 사고가 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돕다가 트럭에 치어 고귀한 생명을 잃은 특전용사의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군인정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국민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목함 지뢰 설치로 인해 동료가 크게 다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팀웍을 이루어 잘 대응한 최전방 소초원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전역까지 미루며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연장을 희망했던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 안보태세에 대한 믿음과 우리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또한 이번 목함지뢰 사건 당시 우리 군 지휘부가 보여준 시의적절하고 당당한 대처는 우리 국민에게 큰 신뢰를 심어주었다. 이를 통해 국민이 군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었다. 바로 ‘강한 군대’다. 어떤 경우든 군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언제라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군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다.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 또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이 대회를 유치하였을 때에 국방부와 주최 지자체인 경상북도 간에 의견의 간극이 컸고 필요한 예산확보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국방부는 비용부담을 매우 버거워 했고 경북도 역시 중앙정부 예산에 크게 기대를 걸었다. 더구나 일반 국민은 대회 개최 사실조차 잘 몰랐고 단지 군인들의 축제 정도로만 치부하여 대회 조직위원회는 매우 힘겨운 노력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수 국가에서 참가하는 국제스포츠대회지만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또 다른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세계 군인들의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며 군사외교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국내 방산물자의 해외수출을 위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기도 하다.
군은 거대한 공룡과 같은 조직이다. 구석구석에서 챙겨야 할 일이 하나 둘 아니며 미처 눈길을 주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예컨대 이번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부사관의 진료비 건에서 보듯이 법령의 미비로 일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의 관료조직에서 규정은 중요하다. 그러한 규정도 상식에 기초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법령 정비와 관련된 부분은 국방부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되지는 않는다. 국회가 있고, 기획재정부를 포함하여 정부의 타 부처와의 관계에서 해결돼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는 미리 미리 살펴서 군 복무 중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 치료를 장병 본인이 떠안아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본다.
이제 금년 한 해 남겨진 매끄럽지 못한 점들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새해에는 새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