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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영삼 대통령과 국립중앙박물관

2015.11.27 Views 2029 관리자

故 김영삼 대통령과 국립중앙박물관
 
 
 
김종규 /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영욕의 세월을 유물처럼 남겨놓고 26일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 안장, 영면에 들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박물관 몇 개는 족히 될 법한 크고 작은 많은 족적(足跡)을 남겨놓은 채 홀연히 떠난 것이다. 고인의 영전에 명복을 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앞선 지난 10월 28일 상도동에서 빤히 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개관 10년을 맞았다. 그 10년 동안 누적 관람객이 3000만 명이나 되는 등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하게 됐다. 8·15 광복 이후 6차례나 이삿짐을 쌌던 질곡의 박물관사(史)를 놓고 볼 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갖게 한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우리 민족의 문화 자긍심을 국제적으로 표방한 바 있는 오늘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김영삼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통해 건립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완전히 해체하고, 그곳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을 이전하라고 청와대 비서실에 지시했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광복절을 앞두고 임정(臨政) 요인들의 유해 봉환에 즈음하여 고뇌 속에 심사숙고(深思熟考)한 결과 민족의 자존심과 민족정기의 회복을 위해 조선총독부 건물을 가능한 한 조속히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며 조상의 빛나는 유산이자 민족문화의 정수인 문화재를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보존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통일 한민족시대에 대비하고 5천 년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에 합당하도록 국책사업으로 건립토록 하라고 강조했다.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는 광복 50년이던 1995년 8월 15일 총독부 청사 중앙 돔의 해체를 시작으로 1996년 12월 완전히 철거됐다. 그리고 1997년 10월 31일 용산 가족공원에서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적인 건립 기공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김 전 대통령이 참석해 각계 인사 및 시민 2000여 명과 함께 또 다른 역사 바로세우기의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순전히 우리 손으로, 그것도 온전히 박물관만을 위한 용도로는 처음 짓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성공적 건립을 간곡히 기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김 전 대통령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마지막으로 머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1998년 2월 그는 퇴임해 상도동 자택에 줄곧 머물러 왔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10월 28일, 김 대통령이 1993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발표한 지 12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기공된 지 8년 만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개관식이 열렸다. “외국에서도 이 박물관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됐다”고 했던 프랑스의 세계적인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도 참석했던 그 자리에, 또 지난 120여 년 동안 청나라와 일제, 미국 등 외국 군대의 주둔지였던 용산 땅에 명실공히 우리 문화의 모퉁잇돌이 자리를 잡게 된 바로 그 순간에 김 전 대통령은 함께하지 못했다. 2009년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국민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자는 뜻으로 기획한 ‘여민해락(與民偕樂)’ 특별전 때에도 용산은 상도동에서 먼 거리였던 것 같다.

그가 떠난 지금, 옛 조선총독부박물관 건물에서 시작해 60년 동안이나 부초(浮草)처럼 떠돌던 국립중앙박물관의 터를 닦아준 김 전 대통령에게 우리는 커다란 부채를 지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개관 준비위원장이었던 필자가 대신해 이 송구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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