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9월경, 한국 원자력연구소의 일부 연구원들이 학문적 호기심으로 행했던 우라늄농축실험 등이 국제사회에 알려져 잠시나마 핵의혹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해 당시 일본은 아사히(朝日) 신문을 비롯하여 매우 악의적 비판과 한국 때리기에 앞장섰다.
당시 가톨릭대학에 근무했던 필자는 한일 원산 연차대회가 동경에서 개최되어 이 회의에 참석하였던지라 주일한국대사관의 협력을 얻어 기사를 작성하고 번역하여 이를 기고하였으나 아사히신문은 이 핑게 저 핑게를 대면서 끝내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원자력연구소가 행한 우라늄 농축실험 및 극미량의 플루토늄 추출실험 등이 지난 9월초 국제사회에 돌출되어 한국의 핵투명성에 대한 억측이 널리 유포돼 서방세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려를 표명했으며 그 중 일본의 반응은 한국으로서는 과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인들의 심정적 배경에는 같은 비핵국가이면서도 일본은 상당량의 핵연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음에 비해 한국은 핵연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그야말로 순수한 연구목적의 추출실험에 대해 일본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일본이 이제까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원폭피해국으로서 핵알레르기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점, 북한의 집요한 불법적 핵개발에 따른 안보불안감 등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핵물질실험 등에 관한 일본의 민감한 반응에 대하여 한국사회는 그 배경과 분위기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과민반응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게 됐다.
이유는 한국의 농축실험 등이 비밀스러운 핵무기개발 프로그램과 연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IAEA도 명백히 인정한 바 있었고, 결국 한국의 핵의혹의 본질은 절차상의 문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IAEA는 이러한 절차상의 하자를 파악하기 위해 그동안 한국정부 관계자의 참여 없이 3차에 걸쳐 강도 높은 실사를 한 바 있으며, 한국은 IAEA의 엄정하고 객관적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판명되면 한국은 당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할 것이다.
만일 IAEA가 한국에서 행해진 지금까지의 연구와 실험 등이 핵투명성에 위배되었다는 지적을 한다면 우리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이란과 북한 등에 대한 경고로써 한국을 마녀사냥의 표적으로 하려는 국제여론이 형성되고, 이와 같은 여론의 향배가 IAEA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이번의 핵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핵투명성의 확보를 위한 일련의 다단계조치를 취해 왔다.
핵의혹 문제가 제기된 직후 한국 정부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을 천명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조치로서 핵통제 강화를 위한 독립기구의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법제의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한국의 핵의혹에 대하여 일본에 바라는 것은 우선 현재 IAEA의 결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국제사회를 향한 일본의 유감표시 등이 자제되고 우리와 함께 조용히 그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도 일본처럼 비핵원칙을 준수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시된 실험내용과 그 결과로 얻어진 100mg도 안 되는 소량의 농축 추출실험에 대해 의혹을 갖기보다 40여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면서도 핵통제의 세계적 모범국이자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원숙하고 축적된 핵통제의 경험을 한국도 공유할 수 있도록 일본이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원자력관련법제정비에 참여하는 법학자로서 한국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유치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일본과 같은 수준의 역량을 키워 세계평화의 달성에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일본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