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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자유지 6월호 권두언] 65년 전 6월은 끝나지 않았다.

2015.06.04 Views 2023 관리자

65년 전 6월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기념사업회장 이영계

다시 6월이 찾아왔다.
해마다 맞는 6월이지만 전쟁기념사업회장으로 부임해서 처음 맞는 올 6월은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19506, 이 땅위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참혹했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자식은 부모를 잃었다. 며칠 동안의 일일 줄로만 알았던 피붙이간의 이별은 한 맺힌 60여 년 세월로 이어졌다. 남북한을 통틀어 50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이 전쟁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도 많은 피를 흘렸다. 그 이름도 생소한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20여만 명의 젊은이들이 유엔군으로 참전하여 38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6·25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국내외 많은 참전용사들이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421일 전쟁기념관을 찾은 영국인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전쟁의 참화에서 일어난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저희들의 발자취를 따라 이 아름다운 나라를 지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로부터 65. 우리는 지금 6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전후세대가 80%를 넘어서며 그 처참했던 전쟁은 이제 현실이 아닌 먼 역사 속의 일로 기억되는 듯하다. 아니, 역사 속 기억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의 설문조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2명은 6·25전쟁이 발발한 연도조차 모른다고 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학생 10명 중 2명이 6·25전쟁이 누구와 싸운 전쟁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며, 심지어 미국, 일본이라고 답한 학생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66일 현충일이 왜 공휴일인지 모른다고 응답한 학생은 무려 49.4%에 달한. 전쟁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이산가족의 아픔도 계속되고 있으며, 전쟁 위협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안보의식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휴전상태를 종전상태로, 평화의 시대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남북대치 상황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보니 북한의 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감돌 때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반면, 리들은 또 저러다 말겠지... 뭔일이야 있겠어...’ 기대와 현실을 혼동하며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나라를 위해 피땀 흘린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심마저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큰 전란이었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불과 44년의 세월을 두고 겪은 대 참화였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왜군의 전쟁도발 징후를 예견하고도 터무니없이 평화를 기대하며 전쟁을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당한 전란이었고, 1636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고도 5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과거를 잊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반드시 그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냉엄한 교훈이다.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광복의 기쁨을 맞은지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주변의 안보 현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와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모든 교과서에서 대놓고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가르치는 일본과 우리의 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동북공정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패권국가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각축은 120여년 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뿐인가. 침략전쟁에 대해 주변국에게 진정한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아베 총리가 미국의 승인 아래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어제까지 냉랭했던 시진핑 주석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베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과도 언제든 손잡을 수 있다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민낯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는 60년이 넘도록 남북으로 나뉘어 국력을 낭비한 것도 모자라 남남 갈등(南南 葛藤)’까지 초래함으로써 어려움 속에서도 지켜온 공동체정신마저 희미해져 가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소 각자의 주장과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을 앞에 두고는 오로지 적군과 아군밖에 있을 수 없다. 안보 앞에서는 종교도, 신념도, 성별도 구분 없이 너와 내가 같은 운명이라는 공동체정신으로 무장하고 하나가 되어 대처해야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기념관은 바로 이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을 함양하는 선도기관이다. 우리 민족의 5천년 대외 항쟁사에 대한 전시를 통해 역사가 전하는 교훈을 관람객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고 그 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또 계층별, 연령별로 세분화된 30종의 교육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함으로써 공동체정신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하여 어려서부터 호국안보 의식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 체험을 병행하고 있는데, 전쟁을 주제로 한 어린이박물관은 전쟁기념관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작년 한 해 동안 전쟁기념관을 다녀간 관람객만도 2백만 명을 훌쩍 넘었다. 전쟁기념관은 앞으로도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을 전파하는 호국의 전당이자 역사의 교훈을 통해 내일의 지혜를 모으는 교육도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역사 이래 자유와 평화를 거저 얻은 나라는 없었다. 평화를 지킬 힘과 능력이 없으면 평화를 맞볼 자격이 없으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민족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분단된 한반도, 더구나 주변 열강이 각축하는 이곳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늘 잊지 않고 다짐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으로 하나되어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적과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고 항상 내부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60여 년 전의 비극을, 100여 년 전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하며, 아직도 전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평화의 시대가 온 것처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방심은 또 다시 재앙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이 6·25전쟁 65주년을 맞는 오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며,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단순한 진리를 되새겨 국민들의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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