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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칼럼] 세종께 길을 묻는다
2015.06.01 Views 2038 관리자
[이홍구 칼럼] 세종께 길을 묻는다
이홍구전 총리·본사 고문
600년 전 조선왕조의 세종시대로부터 오늘의 민주공화국이 처한 난제 해결의 힌트를 찾겠다는 것은 다소 엉뚱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 건국 후 불과 6년 만에 태어나 22세에 왕위에 오른 세종에게 부과된 역사적 임무가 1000년을 지탱할 국가사직의 새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었다면, 이는 해방 70년을 맞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부여된 시대적 사명과 성격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당면한 국가적 과제는 첫째로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는 합리적 국가운영 과정의 확립, 둘째로는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통합, 셋째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동하는 국제환경에서 나라의 안보와 경쟁력을 유지해 가며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종이 강조한 국정운영의 두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첫째 원칙은 백성, 즉 국민은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다는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윤재 교수의 표현대로 백성의 삶을 챙기고 보듬는 일에 충실한 ‘보살핌의 정치’를 세종은 실천했다. 둘째 원칙은 이렇듯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려면 확고하고 효율적인 국가운영체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세종시대의 큰 업적인 훈민정음 창제, 아악 정비 등 문화예술 진흥,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기술 발전 등은 모두가 오늘의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미래를 설계하려면 우선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자명한 이치에 따라 고려 인종은 김부식으로 하여금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삼국사기』를 완성시켰으며,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자마자 『고려사』 편찬을 시작해 세종 때에 이르러 완성시켰다. 그러나 왕조사보다는 문명사로 쓰임이 타당한 조선왕조사는 왕조실록과 같은 방대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70년인 지금까지도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토로한 전주대 오항년 교수의 의견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근래 한국 정치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으로 부상된 인재 등용과 관리의 차원에서 세종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처방을 남겨 주고 있다. 인재가 바로 나라의 보배라는 것, 따라서 인사행정이 성공적 국가운영의 열쇠라는 것을 세종은 간파하고 있었다. 어느 시대인들 인재가 없을 수는 없기에 오직 몰라서 못 쓴다는 세종의 판단은 아직도 유효하다. 다만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하며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인재경영의 제도화에 지도자가 상당한 투자를 해야 된다는 것이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인 박현모 교수의 지론이다. 집현전이란 제도와 조직은 지금도 본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집현전 학사들과의 담론을 통해 지도자는 국가의 나아갈 길을 찾고 이를 운영할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해방 70년, 2년 후면 87민주화체제 30년의 실험을 마감하게 되는 이 시점에서 국가운영의 기초를 재정립한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세종이 남긴 큰 정치의 전통을 이어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이홍구 전 총리·중앙일보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