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성우안보전략연구원
안보 현안
2026년 9월 23일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제81차 유엔 총회 기자회견 결과 분석
2026.09.25 Views 13 관리자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유엔 총회 기자회견 분석
대한민국성우회 안보전략연구원장 김갑진
2026년 9월 23일,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UNGA) 고위급 주간에 참석하여 내외신 기자회견을 주재하였다. 이번 회견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 외교 기조를 다자외교의 중심 무대인 유엔에서 천명하고, 복합 위기에 직면한 국제 안보 현안에 대한 워싱턴의 실천적 노선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핵 위협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대응,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초청 및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 미·중 대화 복원과 대만 무기 지원의 속도 조절,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아우르는 서반구 정세 변화 등 광범위한 지정학적 이슈를 직접 다루었다.
1. 기자회견의 배경과 전략적 맥락
루비오 장관의 이번 기자회견은 탈냉전기 이후 지속되어 온 규범 기반 다자주의(rules-based multilateral order)의 효용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출범한 미국 대외 정책의 전환점을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직후 이어진 본 회견에서 루비오 장관은 이상주의적 집단안보나 국제기구의 합의 메커니즘 대신, 국가의 주권적 이익과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억지력을 정책 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국제기구가 설정한 당위적 규범보다 개별 주권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우선한다는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14년간의 상원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 권한의 한계를 짚는 한편, 헌법상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집행 권한을 강조하며 전통적 외교 관례에 구애받지 않는 독자적·기동적 대외 정책의 정당성을 역설하였다. 이는 동맹 및 적대 세력 모두를 향해 미국이 실리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양자 담판과 힘에 기초한 현상 관리로 회귀했음을 공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2. 주요 국제 안보 현안별 입장 및 핵심 조치
루비오 장관은 회견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과 갈등 국면에 대해 행정부의 구체적 조치와 향후 협상 방침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각 지역별 현안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 군사적 자산 배치, 방위산업 역량과 정밀하게 연동되어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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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영역 |
미국 정부의 공식 조치 및 정책 기조 |
루비오 장관의 핵심 발언 및 전략적 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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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및 중동 안보 |
•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절대 불가" 기본 원칙 재확인 • 호르무즈 해협 남부 항로 상선 방어 및 • 상선 공격 가해 세력인 이란에 대한 |
• 카타르 등 중재국을 통한 외교적 접촉 사실 확인 • 미 중간선거가 행정부 권한을 제약할 것이라는 • 대리 세력 지원 및 테러 중단 시 번영의 길을 제공하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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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
•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양자 회담 진행 • 12월 플로리다 마이애미 G20 정상회의에 |
•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견이 있는 •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이브리드 공격 및 오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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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및 대만 |
•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미 일정과 연계한 • 대만 안보 지원의 선별적 관리 |
• 양대 경제·군사 대국 간의 정상급 소통 차단은 • 대만 무기 판매는 미국의 국방 산업 역량 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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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
• "쿠바 혁명은 60여 년간 지속된 • 점진적인 정치·경제적 자유화 전환 요구 |
• "손에 피를 묻힌" 고위 인사는 배제하되, • 현 체제의 재산 몰수 위험과 법적 불안정성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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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
• 델시 로드리게스와의 고위급 접촉 확인 • 경제 안정화 및 신뢰할 수 있는 |
• 7년간 금지되었던 민간 독립 언론 방송의 재개 허용을 긍정적으로 평가 • 야권이 항의 세력에서 제도권 정당으로 안착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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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예멘·수단 |
• 이라크 주권 강화 및 • 사우디 방위 공약 확약 및 |
•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의 국가 통제력 회복 노력을 지지하며 • 후티 반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에너지 시설 타격을 규탄하고, |
3. 세부 의제별 발언 내용 및 정책 분석
중동 안보 구도와 대이란 억지력 행사
루비오 장관은 중동 정책의 절대적 출발점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원칙임을 거듭 천명하였다. 그는 카타르 등 제3국 중재자들을 통한 접촉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진정한 합의는 기자회견의 수사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서의 장기적이고 치밀한 조율을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번영의 기회를 열어둘 용의가 있으나, 이란이 핵 개발과 테러 지원국으로서의 프록시 네트워크 통제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혹한 경제적 대가와 비공개된 군사적 옵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과 관련하여, 루비오 장관은 미 해군이 상선 호송과 기뢰 제거 작전을 통해 남부 항로를 개방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며 일일 원유 수송량이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루비오 장관은 해협에서 상선을 향해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세력은 이란이며, 이에 따라 미국이 부과한 해상 봉쇄만이 유일한 제재적 차단 조치임을 부각하였다. 특히 이란 지도부가 2026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기다리며 행정부의 군사적·외교적 결단력이 둔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는 체제 오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국가 안보 수호와 제재 및 군사력 행사는 헌법상 대통령의 전권 영역이며, 이란의 핵 무장을 저지하는 과제는 지난 50년간 워싱턴 정가가 계승해 온 초당적 국가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대러시아 접촉과 우크라이나 종전 외교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루비오 장관은 파격적인 현실주의적 해법을 공개하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마친 직후, 루비오 장관은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2022년 침공 이후 서방이 견지해 온 러시아 고립 노선을 미국이 주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신호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적대적 상대와도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대면 외교 철학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회담 초청이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강조되었다. 루비오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한 전선 교착을 넘어 유럽 내 기간시설 사보타주, 사이버 공격 등 하이브리드 도발이나 예기치 않은 우발적 오판을 통해 인접 나토 회원국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직접 지적하며 확전 방지를 촉구했다고 설명하였다. 종전을 위한 직접 협상의 문을 열어두되 확전의 비용을 명확히 전달함으로써 러시아의 셈법을 변경시키려는 억지와 관여의 병행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미·중 관계의 전략적 관리와 대만 지원 속도 조절
기자회견이 열린 시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국빈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 루비오 장관은 전 세계 1, 2위의 경제 규모와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중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지 않는 것은 국가 운영 차원에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이번 정상 간 소통을 정당화하였다. 고위급 대화 창구를 열어두는 것이야말로 불필요한 군사적 오판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논리이다.
반면 대만에 대한 군사 안보 지원에 있어서는 기존 정책과 차별화되는 현실적 제약을 거론하였다. 루비오 장관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모든 대외 무기 판매는 자국의 군수 산업 생산 역량(military-industrial base)과 전 세계 다른 작전 전구에서 발생하는 미군 자체의 방위 소요를 엄격히 감안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약속을 미국의 방위산업 생산 병목 현상 및 국방 자산 비축 우선순위와 연동시키겠다는 뜻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 지원이 무제한적으로 제공될 수 없음을 시사한 중대한 정책적 기류 변화로 풀이된다.
서반구 체제 전환 전략: 쿠바 및 베네수엘라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의 반미 좌파 정권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이념적 대결을 넘어선 경제적·제도적 해체 및 재건 구상을 제시하였다. 쿠바에 대해서는 1959년 이래의 쿠바 혁명이 60년 넘게 실패로 점철되었으며, 현재의 체제 붕괴 위기는 외부 탓이 아니라 공산 정권의 내부적 무능과 부패에 기인한다는 점을 쿠바 체제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군사적 강제 개입보다는 자생적이고 불가역적인 정치·경제적 개혁을 촉구하면서, 반체제 인사 탄압으로 손에 피를 묻힌 수뇌부와는 타협할 수 없으나 실질적인 개혁을 견인할 관료 및 실무 세력과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투자자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몰수할 위험이 잔존하는 현행 모델에서는 어떠한 글로벌 자본도 쿠바에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며 체제 전환의 불가피성을 압박하였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단순한 정권 타도 수사를 벗어나 경제 안정화와 선거 거버넌스 재건이라는 이중 로드맵을 설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델시 로드리게스 간의 실무 접촉을 확인하면서, 7년간 송출이 중단되었던 민간 독립 언론 방송의 재개를 고무적인 첫걸음으로 평가하였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거리 투쟁 집단을 넘어 정책 대안을 가진 정상 정당으로 재건되고, 유권자와 민간 기업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 선거관리 기관이 설립되어야만 권력 이양과 경제 회복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4. 다자주의 비판과 '국익 중심 국제질서'의 구조적 재편
루비오 장관의 회견에서 가장 학술적·정책적으로 두드러진 대목은 전후 자유주의적 다자주의(Multilateralism) 체제에 대한 구조적 해체 선언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제기한 국제 규범의 보편성 수호 주장에 직면하여, 루비오 장관은 "모든 국제 규범의 최종적인 한계선은 바로 개별 국가의 국익"이라고 단언하였다. 정부의 제1 의무는 추상적인 국제사회의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담보하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루비오 장관은 현재의 국제 질서가 망가진 근본적인 원인을 다자간 기구 자체의 '기능적 과잉 팽창과 자멸(broke itself)'에서 찾았다1.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고유의 설립 취지였던 국가 간 무력 충돌 방지와 평화 유지라는 본래의 사명을 망각한 채, 관료제적 확장을 거듭하며 본연의 한계를 넘는 과도한 영역에 개입하려다 실질적인 분쟁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진단이다.
그 증거로 루비오 장관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 분쟁,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무력 충돌 위험, 콩고민주공화국(DRC)과 르완다 간의 유혈 사태, 수단 내전의 참상,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위기 등을 일일이 거론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발발하는 중대한 지역 분쟁 중 어느 하나도 현재의 다자주의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은 더 이상 실체 없는 '국제 질서의 이익'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미국의 국가 안보와 국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안에 한해서만 국제적 협의체에 참여할 것이라는 조건부 다자 참여 원칙을 확립하였다.
5. 질의응답을 통해 표출된 정책 집행 메커니즘 분석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세션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 안보 라인의 실제 의사결정 구조와 협상 전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의회 권한과 행정부 최고 통수권 간의 역학 관계에 대한 루비오 장관의 명확한 선 긋기였다. 입법부에서 14년을 보낸 경력을 언급하면서도, 국가 안보가 걸린 대외 제재 집행이나 군사력 동원에 관해서는 헌법상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배타적이고 비상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국내 선거 구도나 의회의 정파적 갈등이 행정부의 대외 군사 행동이나 제재 조치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점을 대외에 각인시키려는 의도적 포석이었다.
아울러 회견 전반을 관통한 협상 방법론은 철저한 '거래적 현실주의(Transactional Realism)'였다. 푸틴과의 마이애미 회동 추진, 시진핑과의 최고위급 대면, 이란 중재 채널 가동 등은 모두 도덕적 규탄이나 가치 연대라는 명분보다 가시적인 외교적 결과물(tangible outcomes)을 중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적대국이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분쟁 종결이나 국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고, 반대로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미국의 방산 여력과 자체 자산 소요를 침해한다면 지원 속도를 조정하겠다는 냉정한 접근이 공식화된 것이다.
6. 국제사회의 반응 및 지정학적 파급 효과
루비오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은 전통적 동맹 체제와 워싱턴 정가 내에 복합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G20 초청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즉각적인 균열이 표출되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자이자 대미 적대국인 이란을 지원하고 나토를 위협하는 인물임을 상기시키며 그를 마이애미로 초청한 결정은 극히 무책임하다고 맹비난하였다. 유럽연합(EU) 주요국들 역시 미국의 독자적인 러시아 관여 행보가 대러 제재 전선의 결속력을 훼손하고 나토 동맹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아시아 및 의회 내 전통적 매파 진영에서는 대만 지원에 대한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예의주시하였다. 미치 매코널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은 대만이 미·중 간 거래의 협상 칩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의회가 승인한 안보 지원 예산이 국방 산업 여력을 핑계로 동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경고 서한을 국무부에 발송하였다. 반면 역내 일각에서는 미·중 정상이 직접 마주 앉아 무력 충돌 방지선을 설정하는 것이 동아시아의 우발적 군사 긴장을 완화하는 실리적 완충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기대감도 형성되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반응 또한 분화되었다. 루비오 장관이 국제기구의 실패 사례로 언급한 인도의 경우, 파키스탄과의 국경 정전 유지는 제3자나 국제기구의 중재가 아닌 양국 군 당국 간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며 외부의 성급한 개입론에 선을 그었다. 반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다수 신흥국들은 기존 안보리의 구조적 마비와 서구 주도 다자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루비오 장관의 분석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미국이 제시하는 양자주의와 힘의 외교가 중소국들의 외교적 입지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7. 종합 평가 및 전략적 시사점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2026년 유엔 총회 기자회견은 전후 국제 질서를 지탱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및 제도 기반 다자안보에 대한 사실상의 결별 선언이자, 철저한 국익 중심 현실주의 외교의 실무 지침을 정립한 계기로 기록될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거대 담론이나 다자간 공동성명 대신, 최고 통수권자의 헌법적 권한 행사, 실질적인 군사·경제적 억지력, 그리고 분쟁 당사국 수뇌부 간의 직접 거래를 중심으로 외교의 축을 전면 이동시켰다.
향후 미국의 대외 정책은 복합적인 다자간 조약보다는 정상 간 직접 담판과 대통령 특사를 활용한 양자 현안 타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에너지 해양 수송로에서는 독자적 기뢰 제거와 상선 방호, 대이란 해상 봉쇄를 병행하는 단호한 해양 통제력이 지속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국방 산업 기반 여력을 감안한 무기 지원의 재조정 방침에 따라, 대만을 비롯한 우방국들에 대한 군사 원조는 미국의 자체 전략 비축분과 맞물려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회견은 다자적 기구의 이상주의를 걷어내고 힘의 우위와 실리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 구도를 재편하려는 워싱턴의 확고한 전략적 지향점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