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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위에 저 소나무
2025.12.05 Views 34 이상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1977년 3월에 시작한 군 생활을 2012년 7월말 부로 마감했다. 전역하면서 서울에 정착한 나는 종종 남산에 올랐고, 2023년부터는 주 1회 정도 남산을 찾는다. 전역 직후에는 사회적응 차 갔다. 집에서 출발하여 신금호역, 해병대산(금호산), 매봉산, 반얀트리호텔, 국립극장을 거쳐 팔각정까지 걸어가면 2시간이 걸렸다. 요즘은 심신관리 차 남산공원에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충체육관 앞에 도착하여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신라호텔, 반얀트리호텔,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둘레길을 걷는다.
첫 남산행에서 애국가 2절의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의 소나무가 궁금해 둘러보았지만, 일부 군락 외에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가 눈에 띄지 않아 궁금하였다.
남산은 해발 270m이며,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여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정상에는 팔각정과 남산서울타워가 있다. 조선 초에 태조가 도읍지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겨온 후,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하여 남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경복궁에서 바라볼 때 앞산이기 때문에 남산이라는 설(說)도 있다. 남산의 ‘南’ 자에는 앞이라는 의미도 있어 경주(慶州) 등 전국 곳곳에 남산이 존재한다. 내 고향 경북 청도(淸道)에도 남산(870m)이 있다.
남산공원은 1968년에 개원했으며, 1991년부터 8년간 ‘남산제모습가꾸기’ 사업을 추진하여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정비했다. 이때 소나무 1만 8천여 주를 심었다. 남산공원은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자연 공간이자,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 휴식을 하는 여가 생활 장소다.
전역 직후에는 보병장교의 고지점령 훈련 경험이 작용해 정상의 팔각정까지 오르는데 중점을 두었으나, 요즘은 남산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낀다. 남측숲길과 북측순환로를 연결한 7.5km의 남산둘레길은 힐링(healing) 공간인 남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남산둘레길을 걸으면서 나는 소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본다.
남산에 친숙해질 즈음, 팔도소나무단지와 소나무힐링숲에서 남산에 산재(散在)한 소나무들과 조금 다른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팔도소나무단지는 ‘남산제모습가꾸기’ 사업을 하며 철거한 외인아파트 자리에 조성되었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1995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소나무들을 옮겨 심은 후, 1997년에 개장했다. 현재 이곳에는 서울시 등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소나무 80그루가 있다. 팔도에서 모인 소나무들은 형태와 줄기, 잎, 색깔이 조금씩 다르지만, 자태(姿態)가 늠름하다.
석호정(石虎亭, 국궁 도장) 부근의 소나무힐링숲에는 1만 3천m² 규모의 소나무림이 보호‧관리되고 있다. 소나무숲이 만든 자연 경관과 마사토 흙길이 조화를 이룬다. 평상과 데크(deck), 정자가 설치되어 있어 휴식과 삼림욕이 가능하고, 걷기에 좋다. 2017년에 조성하여 예약제로 부분 개방했다가 2023년부터 상시 개방(매주 월요일은 정비를 위해 폐쇄)한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중부공원여가센터가 2022년에 남산의 소나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남산에는 소나무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약 17%). 조선시대부터 보호(지킴)와 동시에 이용(땔감)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남산의 소나무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요? 조선 초부터 살아왔다면 600세가 넘었겠지만, 남산에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없습니다. 주변 환경에 의해 장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산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는 나무 기준, 가슴 높이의 지름이 20cm 이상인 소나무 23주를 대상으로 나이테를 측정한 결과, 최소 34세, 최고 약 148세로 확인됐습니다. 최고령 소나무는 고종 11년(1874년)부터 생육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셈입니다. 수령 148년 소나무의 위치는 남사면 소생물 서식지 근처에 있으며 지름은 49cm 정도입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원산지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다. 2022년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대표적으로 제시된 12개 수종 중에서 소나무(37.9%)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산림의 1/2이 소나무였으나, 현재는 1/4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소나무재선충병(材線蟲病)과 산불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다.
소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줄기 표면이 거북의 등껍데기처럼 갈라진다. 이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모양이 마치 철갑(鐵甲)을 두른 듯이 보여 애국가에 등장하였다. 애국가 작사자에 관해 여러 설이 있으나,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의 정치인이자 교육자였던 윤치호(1865~1945)가 1907년에 작사했다는 사실이 정설이다. 윤치호가 처음에 “남산 우헤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이슬 불변함은 우리 긔상일세”로 지었는데, 1940년에 우헤는 위에로, 바람 이슬은 바람 서리로, 긔상은 기상으로 바뀌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어느 봄날에 필운대(종로구 필운동의 백사 이항복 집터)에서 조망한 한양도성을 그린 작품, 필운대상춘도(弼雲臺賞春圖)에 남산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나무들이 보인다.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 남산을 바라보면 소나무는 보이지 않고, 잡목과 남산서울타워만 눈에 들어온다. 1975년에 준공된 남산서울타워는 높이가 236.7m이며, 최초에 방송용 송신탑으로 건설했다가 전망대를 추가했다. 2005년에 YTN 측이 타워 전망대의 영업장 개조 공사를 마치고 N서울타워로 부르기도 했으나, 현재 정식 명칭은 남산서울타워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되었다.
타워 전망대에 360도 회전하며 서울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이 위치한다. 밤에는 거기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불빛을 볼 수 있다. 나의 그곳 추억으로는, ①결혼 30주년 때, 3년 전에 하늘나라로 간 아내와 함께 기념 만찬을 했다. ②현역 시절에 터키 지상군 군수사령관이 방한했을 때, 군사외교 만찬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그는 형제의 나라 수도의 야경에 감탄하면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높게 평가했다.
2025년 초, 눈 내린 다음 날 소나무힐링숲에 갔더니 ‘철갑을 두른 듯’ 했던 소나무들이 넘어져 있었고 서있는 소나무의 가지들은 부러져 있었다. 눈 피해를 당한 소나무들을 바라보노라니, 세월이 흐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생겼다.
풍우상로(風雨霜露)에서 나온 ‘바람 서리 불변함’은 대한사람의 강인한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뜻한다. 바람과 서리(風霜)에도 변치 않는 우리 민족의 꿋꿋한 기상을 표현했다. 나는 남산에 갈 때 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를 되뇐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넘어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번영하기를 기원한다.
1977년 3월에 시작한 군 생활을 2012년 7월말 부로 마감했다. 전역하면서 서울에 정착한 나는 종종 남산에 올랐고, 2023년부터는 주 1회 정도 남산을 찾는다. 전역 직후에는 사회적응 차 갔다. 집에서 출발하여 신금호역, 해병대산(금호산), 매봉산, 반얀트리호텔, 국립극장을 거쳐 팔각정까지 걸어가면 2시간이 걸렸다. 요즘은 심신관리 차 남산공원에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장충체육관 앞에 도착하여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신라호텔, 반얀트리호텔,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둘레길을 걷는다.
첫 남산행에서 애국가 2절의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의 소나무가 궁금해 둘러보았지만, 일부 군락 외에 철갑을 두른 듯한 소나무가 눈에 띄지 않아 궁금하였다.
남산은 해발 270m이며,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여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정상에는 팔각정과 남산서울타워가 있다. 조선 초에 태조가 도읍지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겨온 후,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하여 남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경복궁에서 바라볼 때 앞산이기 때문에 남산이라는 설(說)도 있다. 남산의 ‘南’ 자에는 앞이라는 의미도 있어 경주(慶州) 등 전국 곳곳에 남산이 존재한다. 내 고향 경북 청도(淸道)에도 남산(870m)이 있다.
남산공원은 1968년에 개원했으며, 1991년부터 8년간 ‘남산제모습가꾸기’ 사업을 추진하여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정비했다. 이때 소나무 1만 8천여 주를 심었다. 남산공원은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자연 공간이자,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 휴식을 하는 여가 생활 장소다.
전역 직후에는 보병장교의 고지점령 훈련 경험이 작용해 정상의 팔각정까지 오르는데 중점을 두었으나, 요즘은 남산둘레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낀다. 남측숲길과 북측순환로를 연결한 7.5km의 남산둘레길은 힐링(healing) 공간인 남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남산둘레길을 걸으면서 나는 소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본다.
남산에 친숙해질 즈음, 팔도소나무단지와 소나무힐링숲에서 남산에 산재(散在)한 소나무들과 조금 다른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팔도소나무단지는 ‘남산제모습가꾸기’ 사업을 하며 철거한 외인아파트 자리에 조성되었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1995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소나무들을 옮겨 심은 후, 1997년에 개장했다. 현재 이곳에는 서울시 등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소나무 80그루가 있다. 팔도에서 모인 소나무들은 형태와 줄기, 잎, 색깔이 조금씩 다르지만, 자태(姿態)가 늠름하다.
석호정(石虎亭, 국궁 도장) 부근의 소나무힐링숲에는 1만 3천m² 규모의 소나무림이 보호‧관리되고 있다. 소나무숲이 만든 자연 경관과 마사토 흙길이 조화를 이룬다. 평상과 데크(deck), 정자가 설치되어 있어 휴식과 삼림욕이 가능하고, 걷기에 좋다. 2017년에 조성하여 예약제로 부분 개방했다가 2023년부터 상시 개방(매주 월요일은 정비를 위해 폐쇄)한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중부공원여가센터가 2022년에 남산의 소나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남산에는 소나무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약 17%). 조선시대부터 보호(지킴)와 동시에 이용(땔감)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남산의 소나무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요? 조선 초부터 살아왔다면 600세가 넘었겠지만, 남산에 그렇게 오래된 나무는 없습니다. 주변 환경에 의해 장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산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는 나무 기준, 가슴 높이의 지름이 20cm 이상인 소나무 23주를 대상으로 나이테를 측정한 결과, 최소 34세, 최고 약 148세로 확인됐습니다. 최고령 소나무는 고종 11년(1874년)부터 생육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셈입니다. 수령 148년 소나무의 위치는 남사면 소생물 서식지 근처에 있으며 지름은 49cm 정도입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원산지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다. 2022년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대표적으로 제시된 12개 수종 중에서 소나무(37.9%)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다. 조선시대에는 전국 산림의 1/2이 소나무였으나, 현재는 1/4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소나무재선충병(材線蟲病)과 산불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다.
소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줄기 표면이 거북의 등껍데기처럼 갈라진다. 이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모양이 마치 철갑(鐵甲)을 두른 듯이 보여 애국가에 등장하였다. 애국가 작사자에 관해 여러 설이 있으나,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조선의 정치인이자 교육자였던 윤치호(1865~1945)가 1907년에 작사했다는 사실이 정설이다. 윤치호가 처음에 “남산 우헤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이슬 불변함은 우리 긔상일세”로 지었는데, 1940년에 우헤는 위에로, 바람 이슬은 바람 서리로, 긔상은 기상으로 바뀌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어느 봄날에 필운대(종로구 필운동의 백사 이항복 집터)에서 조망한 한양도성을 그린 작품, 필운대상춘도(弼雲臺賞春圖)에 남산이 포함되어 있으며, 소나무들이 보인다.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 남산을 바라보면 소나무는 보이지 않고, 잡목과 남산서울타워만 눈에 들어온다. 1975년에 준공된 남산서울타워는 높이가 236.7m이며, 최초에 방송용 송신탑으로 건설했다가 전망대를 추가했다. 2005년에 YTN 측이 타워 전망대의 영업장 개조 공사를 마치고 N서울타워로 부르기도 했으나, 현재 정식 명칭은 남산서울타워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되었다.
타워 전망대에 360도 회전하며 서울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이 위치한다. 밤에는 거기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불빛을 볼 수 있다. 나의 그곳 추억으로는, ①결혼 30주년 때, 3년 전에 하늘나라로 간 아내와 함께 기념 만찬을 했다. ②현역 시절에 터키 지상군 군수사령관이 방한했을 때, 군사외교 만찬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그는 형제의 나라 수도의 야경에 감탄하면서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높게 평가했다.
2025년 초, 눈 내린 다음 날 소나무힐링숲에 갔더니 ‘철갑을 두른 듯’ 했던 소나무들이 넘어져 있었고 서있는 소나무의 가지들은 부러져 있었다. 눈 피해를 당한 소나무들을 바라보노라니, 세월이 흐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이 생겼다.
풍우상로(風雨霜露)에서 나온 ‘바람 서리 불변함’은 대한사람의 강인한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뜻한다. 바람과 서리(風霜)에도 변치 않는 우리 민족의 꿋꿋한 기상을 표현했다. 나는 남산에 갈 때 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를 되뇐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넘어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번영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