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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전쟁(출처:조선일보, 8.7)
2017.08.07 Views 1597 관리자
예방전쟁
1996년 미국 네오콘 핵심인 리처드 펄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안보 전략 보고서 `클린 브레이크(Clean Break)`를 냈다. 유약한 과거 정책과 `완전 차단`하라는 제안이었다. 이라크 권좌에서 사담 후세인을 내쫓자고 했다. 헤즈볼라의 뒷배를 봐주는 시리아의 손발도 묶어야 한다고 했다. 시리아의 마약 자금과 위폐 공장을 없애고 시리아 남부를 칠 수 있어야 이스라엘 북쪽 국경이 안정을 찾는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7년 뒤 미국이 이라크를 때리고 후세인을 붙잡아 처형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만든다고 했다. 일종의 예방적 침공이었으나 대량무기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9·11` 이후 미국이 일으킨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은 테러 지원국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는 `부시 독트린`에 명분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을 위해 `클린 브레이크` 보고서를 만들었던 네오콘 전략가들이 당시 워싱턴에 모여 있었다.
▶2013년 미국과 주요 5개국은 이란과의 핵 중단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때도 미국 안보 라인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 "군사 옵션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건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을 뜻했다. 적 공격이 임박했을 때 이쪽이 먼저 때리는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과는 다르다. 워 게임 전략가들은 테헤란 10만피트 상공에서 핵폭탄을 터뜨리자는 얘기까지 꺼냈다. 창문은 산산조각 나겠으나 인명 피해가 크지는 않다고 했다. 이란은 굴복했다.
▶엊그제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기자가 대북(對北) 예방 전쟁 가능성을 묻자 그가 되물었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그 예방 전쟁을 말하느냐?"고 확인한 뒤 "물론이다"고 했다.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군사 옵션도 포함된다"고 했다. 우리 정치권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북이 감당해야 할 희생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예방 전쟁은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유엔은 안보리 의결을 거치라는 쪽이다.
▶히틀러는 1940년 "영국군에게 공격 루트가 될지 모른다"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먼저 쳤다. 사악한 `핑계 전쟁`이다. 19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시나이반도에 병력을 증강하자 먼저 전투기를 띄워 `6일 전쟁`에 돌입했다. 비스마르크는 "예방 전쟁이란 죽음이 두려워 자살하는 것"이라고 했다. 참혹한 결과를 경계한 말이다. 그러나 예방 전쟁은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일어난다. 예방 전쟁을 막으려면 힘의 균형을 복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