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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칼럼]쌀 문제, 이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2015.11.11 Views 1866 관리자

[이정환 칼럼]쌀 문제, 이제 결단을 해야 할 때다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쌀 문제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은 농가를 위한 것도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데, 그냥 모두 일단 눈을 질끈 감은 채 재정만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농가가 논을 유지하고 있으면 정부가 고정직불금이란 이름으로 무조건 1㏊당 100만원을 준다. 그리고 수확기 쌀값과 이 고정직불금을 합한 금액이 한가마에 18만8000원이 안 되면 정부가 그 차액을 변동직불금이란 이름으로 채워준다. 그러니 농가는 벼 한가마에 18만8000원 가까운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고 벼농사를 짓는다. 그 결과 지난해 쌀 생산량이 424만t으로 정상적 수요량을 24만t이나 초과했고 수확기 쌀값은 떨어졌다. 정부는 초과량을 전부 매입, 시장격리해 쌀값을 떠받치려 했고, 그 결과 정부 창고의 재고는 그만큼 늘어났다.

 올해도 농가는 열심히 벼농사를 지었고 생산량은 정상적 수요량을 30여만t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쌀값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고, 정부는 올해도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20만t을 매입해서 시장격리하겠다고 한다. 시장격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창고에 계속 늘어나는 재고는 어쩔 것인가? 매입하고 보관하는 데 비용이 들고, 보관할수록 품질 저하로 가치가 떨어지는데 창고에 쌓아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가공용으로 쓰자, 주정용으로 처분하자고 하지만 정작 관련 업체들이 별로 반기지 않는다. 의무수입물량(MMA)으로 수입된 쌀도 연간 40만t이나 돼 넘쳐나는데 더 사라고 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하다 보니 사료용? 아니 멀쩡한 쌀을 돼지에게 먹인다고! 펄쩍 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사료업체도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란다. 맙소사, 쌀이 사료용으로도 푸대접을 받다니! 그런데 설사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처분된다고 하더라도 사료용은 옥수수 가격, 주정용은 타피오카 가격 정도가 돼야 하기 때문에 10만t당 1500억원이 넘는 재정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 홍역을 치렀지만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마당 17만원이었던 쌀 목표가격을 2014년산부터 18만8000원으로 높였을 때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재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올해는 수확기 평균가격이 정부가 공공비축미를 매입하며 지급한 우선지급금보다 낮아져 정부가 농가로부터 돈을 회수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한편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연이은 역계절진폭으로 도산한다고 아우성인데, 정말 도산이 속출한다면 산지 쌀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앞으로도 생산량이 390여만t을 넘으면 역계절진폭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뿐인가. 쌀이 관세화됐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검증이 남아 있어 밥쌀용을 수입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수입할 수도 없다. 더욱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은 시간 문제이고, 쌀시장의 추가 개방은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 쌀 문제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결단을 해야 한다. 변동직불금제도가 과잉생산을 유발하지 않도록 개혁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 생산조정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인가? 변동직불제가 있는데도 농가는 수확기 쌀값 지탱을 요구하고 정부는 시장격리로 재고를 쌓는 조치를 지금처럼 계속할 것인가? 비용은 많이 쓰면서 당초의 식량안보 목적은 간 데 없이 시장을 도리어 교란한다고 비판을 받는 현재의 공공비축제도 운용방식을 이대로 가져갈 것인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정부·정치권·농업인단체 모두 결단을 해야 할 때가 됐고, 그것은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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