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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안보 이슈로 부상한 보건 의료

2015.10.05 Views 1990 관리자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사진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GHSA)에 참석한 전 세계 47개국의 보건안보 대표자와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감염병 위협에 대처하는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다. 단 3일간의 회의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이번 서울 GHSA 회의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무엇보다 보건의료가 이제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 안보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가 깊이 공감하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작년의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 2003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등 보건 문제는 처음 발생한 나라의 국지적인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인 이슈로 급속하게 번지게 된다. 조류독감·말라리아·뎅기열과 같은 신종 전염병은 감염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치사율도 높아 심각한 보건사회경제학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올해 전 세계의 해외 관광객 수가 10억명을 넘을 정도로 세계는 더욱 좁아지고 국가 간 지리적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여행으로 인한 감염균의 직접 전파는 물론 탄저균 배달 사건과 같이 우편으로도 생물학적 테러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남북 대치라는 특수 상황에서 남북 간 상이한 질병 발생 패턴에 의한 또 다른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남쪽에서는 거의 사라진 전염성 질환의 유병률이 높은 북한과의 대규모 접촉은 이런 병원균을 접한 적이 없는 남한 소아 청소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GHSA 설립 배경에 대해서는 1948년 창설된 세계보건기구(WHO)가 복잡다난(複雜多難)한 글로벌 보건 이슈를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보건이 안보 문제로 인식되면서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고자 제창하였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 유망 산업인 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 자국의 백신이나 진단 키트 개발과 같은 고부가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보건 정보의 선점은 국익(國益)과 직결된다. 하지만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의 특허 점유나 보건 정보의 독점적 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번 서울 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보건안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가 세계 수준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원조사업은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아랍에미리트로의 성공적인 병원 진출이나 병원 정보 시스템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라오스 의료진을 한국에서 훈련시키는 서울프로젝트나 아시아·아프리카 보건정책 관리들에게 연수 교육을 제공하는 이종욱 펠로십은 대표적인 보건의료 ODA(공적개발원조) 성공 사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번에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확인된 무너진 방역체계 복구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매년 급증하는 해외 유입 환자들이 `의료 한류(K-Medicine)`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떨어진 국격(國格)을 회복하는 데 민관(民官) 간의 역할 분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주 유엔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보건·교육을 위해 향후 5년간 2억달러(약 24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한민국이 보건의료 분야의 국제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전문성으로 무장한 실력과 지구인과 함께하는 협력의 자세로 글로벌 보건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나아가 총성 없는 보건의료 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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