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과 관련하여 2 가지 중요한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첫 번째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추가건설과 계속운전 논란이고, 또 하나는 지난 9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탄 즉 SLBM의 수중 발사에 성공하였다고 보도한데서 출발한 한국의 핵무기 개발 논란이다.
지난 4월 27일 미국 과학자협회 찰스 퍼거슨 회장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레스토랑에서 헨리 소콜스키 등 비확산 전문가와 관료, 의회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배치하고 획득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공개로 회람했다고 한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지지 국가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지만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국이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면 5년 이내에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월성에 위치한 원전인 4개의 가압중수로(PHWR)에서 추출될 수 있는 준(準) 무기급 플루토늄을 이용해 5년 이내에 수십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핵전문가인 토머스 코크란과 매튜 매카시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이 4개의 가압중수로에서 매년 416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준 무기급 플루토늄 2500㎏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30메가와트급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도 매년 11㎏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연구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처리) 기술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발전과 핵무기는 동일한 핵물질을 어떠한 방식으로 핵분열 제어하느냐에 따른 작은 차이에서 출발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는 그 결과만큼이나 크다. 일단 필요로 하는 핵물질의 양이 원자력 발전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경우 농축도가 5% 남짓 하지만 핵무기는 순수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농축도가 최소한 90% 이상 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제적 감시체계는 핵물질의 극미량 혹은 흔적양까지도 사찰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국가가 아니라면 사용후핵연료의 핵무기로의 전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했고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까지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협력협의 개정 협상과정에서 한국도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핵주기완성론이 부각되었었다. 북한이 핵 개발과 핵 보유를 선언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가 퇴색되었고, 사용후핵연료의 직접 처분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고, 고속로에 필요한 연료의 제공을 위하여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개정 협상에서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에 관한 제한적이지만 가능성이 반영된 것은 현실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정책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책 결정 배경을 갖는데,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해당 국가의 원자력 발전 규모와 향후 전개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수와 발전량은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국 내 재활용 및 처분 시설을 건설하더라도 그 경제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섣부른 핵주권론은 기술적 측면에서의 핵주기완성론 까지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의 사용후핵연료 논의에 대한 수준을 높인 상태에서만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측면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용후핵연료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