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원유가격이 높게 유지되었던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이란 두 문제를 중장기 전략수립과 국민 참여를 통하여 동시에 해결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느 한 문제도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2003년,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들은 모두 장기에너지정책을 내어놓으며 에너지 안보 문제와 온실가스 협상이라는 2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였던 반면 우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로 치솟았던 2008년 8월에야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선진국들이 기술개발로 재생에너지와 셰일가스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때인 2013년에 만들어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이미 다가온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과 유럽발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만들어 낼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였다.
작년 말, 국제원유가격이 급락하자마자 에너지 안보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과 의사결정자들에게서 너무나 빠르게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짐에도 에너지안보는 100위권인 세계 최하위 국가이며, 올해 중으로 타결하게 될 post-2020 기후변화협약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배출 감소계획의 발표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데도 말이다.
세금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인 정부가 신기하게도 에너지 상품의 가격이나 전기요금 등에 붙은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은 안하고 오히려 정부가 통제하는 각종 에너지요금을 국제가격 하락에 맞추어 낮추라고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이반 정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였던 ICT 기술을 사용한 에너지 절약사업들은 물 건너 간 분위기이다. 신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개발도 역시 의미를 잃었다고들 하고 있다.
그런데 저유가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정말 저유가인가? 1986년 2차 석유위기로 인해 국제유가는 40달러 수준까지 올랐었고 위기가 종료되었을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미만으로 하락하였었다. 선진국들이 중장기계획을 세우던 2003년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미만이었다. 지금은 60달러 선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데 이게 저유가인가?
지금이 상황이 오히려 2008년의 가격변화와 닮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2008년, 국제유가는 배럴달 38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올라 결국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번 경우도 40달러대 까지 하락하였던 유가가 이제 벌써 60달러를 회복하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현재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석유생산의 한계가격이 대략 60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지금의 가격은 저유가도 고유가도 아니고 적정유가, 또는 아마도 중간유가로 불러야 할 상황인 것이다. 또한 여기서 경제가 좋아져 석유수요가 늘어나면 곧바로 다시 100달러를 회복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지만 말이다.
한국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모두 수입해 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다시금 국제석유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지금 저유가도 아닌데 저유가라고 즐기면서 에너지요금을 낮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세금을 적절히 부과하거나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등의 정책으로 에너지부문의 가격을 고유가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편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편은 에너지절약기술의 보급에도,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에도, 그리고 에너지기술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며 확실히 다가올 온실가스 감축의 고통을 줄여줄 좋은 준비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한 요금인상과 세금 부과로 에너지 신산업의 창출과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유도하여 미래 세대의 먹거리 창출과 근심걱정 감축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관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