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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곳 없이 자태 드러난 겨울산
2015.01.18 Views 1013 전인구
1.16(금) 10:00~ 청계산입구역
대열동기회 산호회 새해 첫 산행은 청계산 매봉으로... /참석(14명)
아랫동네에는 겨울비가 내려 우의를 입고 우산쓰고 나섰는데, 오를수록 싸락눈으로 변하고 추워진다. 눈이 살짝 덮힌 흙길은 얼어 있어 길이 미끄럽다. 앉아서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발걸음이 빠르고 청계산입구역에서 1시간정도 만에 매봉에 도달했다. 산행하기 딱 좋은 운치있는 날씨다. 나이가 들어가도 자세와 발걸음은 여전히 씩씩함 그 재체이다.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절로 솟아 오르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좋다. 이런 건전한 그룹에 속해 있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산이 있어 좋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서 좋다. 겨울산은 더 좋다. 나무가 다 보인다. 잎을 떨구고 본래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퇴직 이후 우리들 모습이다. 이전의 화려했던 한 시절, 젊음, 계급과 직책, 이제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고 훌훌 다 털어냈다. 털어냈다기 보다 다 떨어져 나가고 없다. 무성하던 잎과 가지각색의 화려했던 단풍까지 다 떨군 나무처럼 그런 자태다. 이렇게 된 지금의 상태가 공부의 시작이라 할 것이다.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 본래 모습이 다 드러난 지금이 시작점이 디면 좋겠다.
어떤 제자가 도인께 여쭈었다. 도인의 경지는 자기자신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밥먹는다"
"저도 그렇게 합니다. 다릅니까?"
"천지차이가 나게 다르지"
"어떻게 다릅니까?"
"잠잘 때는 잠만 자고 밥먹을 땐 밥만 먹지"
생각이란 놈은 과거로 미래로 원숭이처럼 쉬지 않고 날뛴다.
그 뛰는 놈이 나이고 그 뛰는 것을 보면서 알고 있는 그 놈도 나이다.
두 마음이 다 나에게서 들락날락 한다.
그 작용하면서 뛰는 놈을 나로 삼으면 쉴새없이 바쁘다.
스마트폰 바탕화면 위의 아이콘들처럼 온갖 작용을 다 한다.
평생 나다니는 습관으로 살아왔으니 그게 당연하고 정상인 것으로 알고 산다.
그런데 그 작용이 나오는 그 자리, 바탕화면도 역시 나이다.
군더더기들이 다 떨어져 나가 본래 자태가 드러난 이제는
바깥으로 따라 나서는 그 습관을 버리고 안목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다.
그 작용을 보고 있는 입장이 `不動心`이이 이것을 자기로 삼으면 된다.
그 자리에서는 무척 평온하다. 전혀 바쁘지 않다.
텅 빈 산길을 고요히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나무, 하늘에서 내리는 싸락눈,
간간이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의 느낌과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소리...
내가 보아주고 들어주고 느끼면 다 살아난다.
나 자신이 곧 `maker`가 되고 있는 것이구나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부동심`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원숭이가, 손오공이 아무리 천지를 날뛰고 다녔어도
삼장법사의 손바닥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객관도 주관도 다 떨어지고 없는 `空山無人`의 상태로 입산 했다가
時空을 벗어나 하산하기에 이른다.
시각으로 보면 3시간이 훌쩍 흘렀지만
여전히 `現前, now & here`를 벗어난 적이 없는 제자리이다.
곧 `隨處作主`이다.
올해의 첫 산행을 이렇게 시작되었다.
옛골 못미쳐 이전에 갔던 이수봉산장 식당, 뜨끈한 난로 옆에서 맛깔스럽고 풍족한 점심식사. 김홍찬회장 가족이 뜨개질로 직접 만든 주방용 예쁜 선물이 더욱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올해의 산행도 안전한 가운데 심신건강이 증대되기를 축원!
특전사 훈련 희생자 추모비 참배도
정토사를 지나
옛골 못미쳐 `이수봉산장`에서
회장 가족이 뜨개질로 만든 예쁜 주방용 선물까지

